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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장 교섭권 우리가” 복수노조 노노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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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장 교섭권 우리가” 복수노조 노노갈등

입력
2018.09.20 04:40
수정
2018.09.20 11:1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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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포스코 노동자들이 연 전국금속노동조합 가입보고 기자회견에서 한 포스코 노동자가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포스코 노동자들이 연 전국금속노동조합 가입보고 기자회견에서 한 포스코 노동자가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에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게 2011년 7월. 당시 함께 도입된 것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다.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한 노조들이 자율적으로 대표노조를 결성하지 못할 경우, 과반수 노조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갖도록 했다. 나머지 노조는 교섭을 못해 파업 등 쟁의도 어려워진다. 물론 사용자가 동의하면 복수노조 각각과 단협을 진행할 수는 있지만, 이런 어려운 선택을 하는 사용자는 극히 일부다. 당연히 사용자와의 교섭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한 장의 카드를 잡기 위한 노ㆍ노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19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 등의 복수노조 설립과 맞물려 ‘교섭창구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측과의 단체교섭권을 갖기 위해 포스코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계열 노조는 조합원 확보를 위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기존 기업노조가 가입된 한국노총 포스코 노조를 ‘어용노조’라고 비판하고 있고, 한국노총은 민주노총 노조를 가리켜 ‘외부세력’이라 칭하며 양측의 감정의 골은 깊어가는 모양새다.

기업노조와 한국노총, 민주노총까지 3개의 노조가 있는 파리바게뜨 역시 올해 8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과정에서 기업노조와 한국노총이 연합 교섭노조를 꾸리자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과반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되는 등 갈등을 빚었다.

노동위원회 ‘복수노조’ 사건처리 추이=그래픽 박구원 기자
노동위원회 ‘복수노조’ 사건처리 추이=그래픽 박구원 기자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사측이 친(親)기업 성향의 특정 노조를 지원하거나, 차별하는 사례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 간 임금이나 고용 관행이 워낙 달라 현장에서 노조 별 개별교섭을 해오던 건설업계에서 지난해부터 전문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중앙교섭에 나서면서 이 같은 충돌이 다수 불거졌다. 이영록 민주노총 플랜트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본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기 위해 플랜트건설업체와 지역 어용노조가 결탁해 조합원들에 대한 채용거부, 근로계약 체결 시 일자리 볼모로 지역 어용노조 가입 강요 등 온갖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노조와해 의혹이 불거진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협력사인 유성기업, 갑을오토텍 등에서도 사측은 친기업 노조를 세워 이들과 단협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를 악용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앙노동위원회의 지난해 사건처리 현황(전국 지방노동위원회 사건 포함)에 따르면 복수노조 사건은 전년(441건) 대비 무려 80% 늘어난 794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완전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 중이다. 특히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고용부 노사정책실장으로 있으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시행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자해지’의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는 전날 이 후보자에게 발송한 질의서에서 “2010년 노사정책실이 주도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소수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고 노조파괴에 이용된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그러나 제도의 틀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답변서에서 “개별교섭에 따른 교섭비용 증가와 조합원 간 근로조건 격차 발생 등을 고려, 제도의 기본 틀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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