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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북, 무력행위 전면금지의 의미

입력
2018.09.19 15: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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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가을 정상회담이 열렸다. 순안공항 도착 순간부터 눈길을 끌었다. 북한은 예포 21발 발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최고의 예우로 환대하여,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예고했다. 정상회담 과정 중 특히 돋보이는 것은 군사분야 합의서 체결 장면이다. 19일 남북국방장관은 양 정상이 자리를 함께한 가운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에 서명하고 교환했다.

지금 시점에서 당면하고 있는 한반도 관련 문제는 크게 3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비핵화, 둘째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 셋째는 군사적 긴장 완화이다. 먼저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간 협의는 현재 난기류에 빠져 있다. 최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을 취소한 바 있고, 북미간 묘한 갈등 기류가 감지되었다. 핵신고와 종전선언의 선후문제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남북협력 사업도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이번 정상회담에 재벌 총수들이 동행했지만, 현 시점에서 경제협력 분야의 가시적 성과를 조기에 기대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유엔ㆍ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핵문제 해결의 진전 이전까지 대북제재 틀을 유지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산림협력 등에 대한 협의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지만,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의 본격 추진에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세 번째 요소인 군사적 긴장완화 분야의 성과는 그 의미가 사뭇 크다. 다방면의 남북간 교류협력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간 군사적 신뢰 없이 우발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남북관계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대로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분야에서 진전을 이룰 경우, 비핵화와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추동하는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번 합의서에 포함된 내용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사안들을 담고 있다. 내용도 매우 구체적이다. 남북은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기로 하고, 이행방안에 합의했다.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일정거리를 정하여, 사격 및 야외기동훈련을 중지하기로 한 것은 서로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그 실천 의지를 담은 것이다.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해상과 공중에서의 군사활동도 제한했다. 장성급군사회담에서 논의되어 온 것으로 알려진 비무장지대(DMZ)내 감시초소(GP) 철수 및 공동유해발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조치 관련내용도 합의했다. 원론적 수준이지만 평화수역 설정문제와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 설치, 군사공동위 운영 등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합의된 사항들의 곳곳에는 우리 국민들의 안보 우려를 고려한 흔적들이 발견된다. 동ㆍ서부를 나누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은 서부 지역이 상대적으로 짧다. 아마도 군사분계선으로부터 가까이 위치한 수도권을 고려한 듯하다. 지상에서도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이내로 포병사격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제한하기로 했는데, 사실상 남방한계선으로부터 3km를 적용한 짧은 거리이다. 전방부대 군사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기 위해 ‘점진적 접근’에 방점을 두고 합의한 인상이 짙다. 모든 조치에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한 점에서도 군 당국의 신중한 태도가 엿보인다.

북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그에 대응하는 대북제재와 한ㆍ미의 무력시위가 반복되었던 작년을 돌이켜 보면, 군사분야 합의에 이른 현재 상황은 실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남북관계는 이미 복원 수준을 넘어섰다. 이번 군사합의서는 그 분량만도 20여 쪽에 이른다. 합의가 이행되면 충돌과 갈등의 땅과 바다였던 비무장지대와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총성과 포성이 멎고, 평화가 싹틀 수 있다.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신뢰를 구축하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그리고 남북관계의 두 수레바퀴는 함께 굴러갈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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