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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글로벌 경쟁을 준비하고 있는가

입력
2018.09.19 18:3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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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2-1, 0-0.

월드컵 경기 결과라면 분명 많은 골을 넣고 큰 차이로 이기는 것이 으뜸이다. 이 순위를 노련한 관료들에게 제시한다면, 아마 정반대 순위가 나올 것이다. 몇 골 넣는 것보다, 한 골도 먹지 않는 게 장수 비결이다. 입시에서도 점점 같은 방식이 적용돼 간다. 새 문제를 풀어내고 진전을 이루기보다 하나라도 덜 틀리는 게 내신에 유리하다. 엄청난 속도로 선행학습을 하다가 어느 순간 일제히 뒤로 돌아서 틀리지 않는 연습을 하는 현실을 보면 놀라거나 실소가 나올지 모른다. 거기서 웃는 이는 명문대 학생 부모될 자격이 없다고 한다.

월드컵 등 주요 국제경기에서는 해외파들의 선전이 당연시된다. 독일이나 영국에서 활약하다 왔기에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여 줄 거라 믿는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은 결과다. 하나 덜 틀리는 것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하나를 더 찾아내고, 한 발 더 빨리 뛰는 사람이 글로벌 경쟁의 승자가 된다. 어디까지 해야 잘 하는 것인지, 글로벌 스탠더드가 뭔지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과의 차이는 엄중하다.

누가 고용을 결정하는가? 기업이나 국가가 혼자 해결하는 단계는 지나갔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생명을 이어 가고, 아니면 사라져야 한다. 때로는 생면부지의 외국 기업들이 자신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정부가 받쳐 주는 것은 일시적 방편에 불과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바깥의 적은 의미가 없다. 일단 안에서 보이는 상대부터 해치우고 싶어 한다. 우리 내부의 치열한 싸움을 가장 흐뭇하게 지켜보는 것도 종종 외국인들이다.

일련의 직군은 이러한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빗겨 나와 있다. 소위 말하는 신의 직장들이다. 하지만 그 입지는 빠르게 좁아져 간다. 고도성장의 사회가 저성장, 노령화 사회로 급속도로 이전해 가면서 얼마 남지 않은 안정적인 직장으로 가는 설국열차에 올라타려는 사람들은 더욱 북적거린다. 언제부턴가 유학도 연수도 시큰둥해졌다. 부모들이 노후를 희생하며 기꺼이 감수한 어마어마한 사교육 투자의 결과가 고만고만한 취업준비생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엄청난 자원 손실이다.

가장 내세울 것이 인적 자원인 나라에서 교육 경쟁력의 방향이 과연 노령화된 사회와 저성장 경제를 지탱해 줄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모두가 글로벌 무대로 뛰어갈 필요는 없다. 문제는 한 사이즈의 유니폼을 모든 선수들에게 입혀 놓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데 있다. 정보와 자원을 갖춘 일련의 부류는 이미 그 판에서 빠져나가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나머지는 선택의 여지없이 끝없이 소모적 경쟁의 판으로 몰려간다. 글로벌 시대 전문가를 키워 내야 할 교육 정책이 정치적, 이념적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골 결정력이 없다고, 국내파라서 그렇다고 흥분하지 말고, 매서운 맛을 보여 주는 글로벌 교육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출신의 인력 풀도 빠르게 성장했다. 이제는 한국에서의 성공이 글로벌 무대에서의 성공을 담보하도록 해야 하고, 교육 제도와 기관이 그 다양성을 담아내야 한다.

게임 메이커가 될 S급 인재를 으레 외국에서 모셔 와야 한다면 다음 세대의 생존은 무의미하다. 국내에서 S급 인재들을 만들어 해외로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적인 창업도 가능하고 새로운 고용도 창출된다. 다음 세대들이 굳건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국제전략, 그리고 사회 정의의 세 축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글로벌화되어 있고 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되물어본다. 유능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젊은 세대들의 에너지가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이끌어 주는 시도가 더 간절히 필요하다.

이재승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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