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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스피커스 코너… 마르크스ㆍ레닌ㆍ오웰의 목소리, 극우파에 덮인다

입력
2018.10.16 15:00
수정
2018.10.16 19: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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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 내 ‘스피커스 코너(Speaker’s Corner)’가 위기를 맞고 있다. 1872년 하이드파크가 대중 연설 장소로 인기를 끌면서 생겨났고, 이후 칼 마르크스와 블라디미르 레닌, 조지 오웰 등이 발언대에 올라 목소리를 내던 전통 깊은 곳이다. 그러나 최근 극단주의자들의 놀이터로 활용되면서 분노와 증오의 표출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에 따르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스피커스 코너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매주 일요일 ‘스피커스 코너’ 앞은 군중으로 가득하다. 누구나 연단에 올라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있다. 현장에서 바로 토론을 벌일 수도 있다. ‘스피커스 코너’와 관련한 책을 쓴 필립 월무스는 “SNS에서는 댓글을 다는 형태로 의견을 주고 받기 때문에 토론에 개입을 할 수 없지만, 이곳에서는 실시간으로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극우성향 단체 때문에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영국 더타임스가 지난 8월 ‘극단주의자들이 스피커스 코너를 장악했다’는 기사를 내보낼 정도다. 지난 3월 과거에 없던 폭력 사태마저 벌어졌다. 영국의 유명 극우인사 토미 로빈슨이 연설하던 도중 청중들 간에 싸움이 발생한 것. 오랜 기간 이 곳에서 연설을 해 왔다는 헤이코 쿠는 애틀랜틱에 “로빈슨 같은 이들은 억압받는 영국 백인 노동자 계급을 대표하려고 한다”며 “(생각이 다른 이들 간에) 꽤 위험한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경찰관도 “사람들에게 분노 감정이 들게 하는 선동적인 연사들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SNS의 발달이 온라인상의 분노와 증오를 현장으로 이동시키면서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스피커스 코너’에서 있었던 연설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이들이 늘어났고, 온라인상에서 해당 영상을 보고 분노한 이들이 현장을 찾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스피커스 코너’를 자주 찾는다고 소개한 앤디는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고 토론하기 위해 현장에 찾았다는 이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자유발언대에서 다뤄지는 내용도 세월을 반영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 관련 주제가 많았다면 지금은 종교적인 내용이 많다. 헤이코 쿠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같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주제들을 더 이상 다루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지루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스피커스 코너의 연혁=그래픽 김경진기자
스피커스 코너의 연혁=그래픽 김경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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