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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정식 전공 채택… 400명이 수업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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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정식 전공 채택… 400명이 수업 들어요”

입력
2018.09.19 04:4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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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 글로벌 앰배서더’ 수상 

'이화글로벌앰베서더'로 선정돼 한국을 방문한 태국 왕립쭐라롱꼰대의 한국어학과 수파펀 분룽(37) 교수. 이화여대 제공
'이화글로벌앰베서더'로 선정돼 한국을 방문한 태국 왕립쭐라롱꼰대의 한국어학과 수파펀 분룽(37) 교수. 이화여대 제공

태국 푸껫의 한국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어머니를 도와 서빙을 하던 중학생 소녀가 어느덧 태국을 대표하는 한국어교육의 선구자가 됐다. 이화여대가 외국인 졸업생에게 수여하는 ‘이화 글로벌 앰배서더’ 수상자로 선정돼 방한한 수파펀 분룽(37) 교수는 18일 한국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20년간 공부해 온 한국어지만 늘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태국 국립송클라대 한국어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에서 한국학과 석사 졸업, 박사과정을 수료한 분룽 교수는 2007년 태국 왕립쭐라롱꼰대 한국어학과 교수로 임용돼 태국 현지의 한국어 교육에 힘쓰고 있다. 국립국어원 다국어사전 편찬위원, 태국 중고등학교 한국어 교과서 편찬위원을 지냈고, 한국어 교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태국 국왕이 수여하는 훈장을 받기도 했다.

2007년 분룽 교수 부임 이후 10여년간 한국어에 대한 태국 내 관심은 급속도로 커졌다. “학과가 처음 생길 때 한국어를 부전공으로 하던 학생은 딱 ‘5명’에 불과했어요. 지금은 교양으로 듣는 학생까지 합쳐 400명이죠.” 게다가 지난해부터 한국어학과가 왕립쭐라롱꼰대의 정식 전공으로 채택되면서 명실상부한 인기학과가 됐다. 한류의 영향도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태국 수학능력시험(PAT)의 제2외국어 선택과목에 한국어가 포함된 것도 컸다.

한국어의 대입 과목 채택과 함께 태국 청소년들의 관심도 자연히 커졌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 최초로 중등학생용 한국어 교과서도 발간됐다. 기존 한국어 교재는 대부분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학생들 눈높이에 맞췄다는 게 집필에 참여한 분룽 교수의 설명이다. “문법 비중은 줄이고, 아이들이 한국어 자체를 친근하게 느끼는 걸 목표로 했어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한국 가수의 이름을 교과서에 예시로 등장시키는 식이죠.”

중등교육과정 개선이 차차 이뤄지고 있지만, 성인 교육 역시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한국어에 대한 요청과 수준은 늘어나고 높아지는데, 정작 그 배움의 열정을 충족해줄 만한 교재나 교수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에요.” 특히 태국 내 한국어 교재들이 모두 한국 출판사에서 펴낸 것이다 보니 태국 상황과 맞지 않는 내용이 많았다. 예컨대 지하철 타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한국의 지하철 노선도로 되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분룽 교수는 내년 초를 목표로 한국어 교재 집필에 힘쓰고 있다. 분룽 교수의 책이 출판되면, 태국 사람이 집필한 첫 한국어 교재가 된다.

어깨가 무거운 만큼 보람도 크다. “현재 태국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은 150여개교 3만여명이에요. 최근 태국으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졸업생들 역할도 커졌죠. 할 일이 많지만 그래서 기대도 돼요.”

분룽 교수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이화여대가 마련한 ‘제1회 이화 국제학생의 날’에 참석했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국제학생과 보직자 등 550명이 함께한 행사에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일본, 중국, 태국 등 각국의 문화를 공유하는 국가별 유학생회 부스도 마련됐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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