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먹지 않던 고기류나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소화기 질병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언스플래시

무덥던 날씨가 한풀 꺾이고 추석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 때는 날씨도 선선하여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을 하는 경우도 많고, 성묘길에 동행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먹을 것을 풍부하게 준비하기도 하는데 반려동물들이 잘못 섭취하게 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빈번하다.

동물병원은 추석 같은 명절이나 긴 휴가기간에 많이 북적이는 편이다. 최근에 정착되고 있는 동물병원 내 반려동물 호텔서비스의 영향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매년 추석이 되면 반려동물들이 비슷한 종류의 증상과 질병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추석 때 주로 내원했던 진료사례들을 통해 ‘반려동물 명절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려 한다.

#1. 피부에 울긋불긋 염증이 생겼어요

몰티즈 종 '스카이'는 평소 피부병을 앓고 있다. 이따금씩 몸을 긁고 피부에 뾰루지가 나며 외이염이 자주 재발한다. 스카이는 아토피성 피부염과 식이 알러지가 있어 보호자에게는 항상 먹을 것을 조심하라고 말씀드리고 있으나, 보호자는 스카이가 음식 앞에서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면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 가끔씩 간식을 주신다고 매번 고백한다.

몰티즈 종 스카이의 코 옆이 빨갛게 부은 것은 피부염이 아닌 진드기(오른쪽) 때문이었다.

지난해 추석연휴가 끝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스카이가 ‘코에 뭐가 났음’ 이라는 증상으로 진료 예약이 잡혀 있었다. 평소 피부병이 한 번씩 심해지면 진료를 오는 아이라서 피부병이 재발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카이의 코를 보는 순간 단순한 피부병이 아님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잔뜩 피를 빨아 먹어 통통해진 진드기가 코 주변 피부 깊숙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 진드기는 핀셋을 이용해 진드기의 입까지 완벽하게 제거해 줘야 한다.

진드기는 국소 피부염증 외에도 혈소판 감소증과 빈혈을 유발할 수 있는 아나플라즈마증(Anaplasmosis), 에를리키아증(Ehrlichiosis)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최근엔 사람에게도 발병 가능한 진드기 매개 질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SFTS)’이 반려견의 진드기 감염과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뉴스도 있었다. (▶관련글 보기)

※혈소판 감소증: 혈액의 응고와 지혈을 담당하는 혈액 내 성분인 혈소판의 수가 감소하는 현상.

성묘나 공원 산책 이후 진드기에 물리진 않았는지 얼굴을 확인하고 몸 전체를 빗으로 빗어주어야 한다. 픽사베이

스카이 이외에도 진드기에 물려서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주로 눈 근처나 코와 같은 안면부에서 진드기가 발견되는 걸로 보아, 성묘나 공원 산책 시 풀숲이 많은 곳에 얼굴을 들이밀어 냄새를 맡는 행동을 하면서 물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풀이 많은 곳에 다녀온 뒤에는 반드시 안면부를 확인하고 몸 전체를 빗으로 빗어주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고,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진드기 예방약을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2. 명절 음식을 나누어 먹였더니…

명절 때 내원하는 동물환자 중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질병은 단연코 소화기 질병이다. 9살인 푸들 남매가 추석 때 고기를 많이 먹은 뒤 구토와 혈변 증상으로 내원했다. 보통 명절 즈음은 고기와 부침개 등 기름진 음식들이 많아서 반려동물이 섭취하지 못하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푸들 남매를 진단한 결과, 한 마리는 ‘급성 췌장염’, 나머지 한 마리는 ‘식이성 대장염’이 확인됐다. 두 녀석 모두 ‘CRP(C-reactive protein)’라는 염증수치가 정상범위보다 다섯 배 이상으로 나타나 입원치료를 받았다. 평소 먹지 않던 고기류나 기름진 음식들을 먹은 뒤 심한 구토와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보이면 반드시 동물병원으로 내원해야 하고, 적절한 진단을 통해 수액치료와 진통치료 등을 받는 것이 좋다.

왼쪽 사진에서 위 내부에 갈비뼈가 보인다. 오른쪽은 이물제거시술 이후.

또 명절에는 갈비를 구워 먹거나 찜으로도 많이 먹는데, 사람이 발라낸 갈빗대에 붙은 살을 노리는 반려견들이 종종 있다. 이럴 경우 잘못해서 뼛조각을 삼키게 되면 소화 장애를 일으킨다. 자칫 명절에 온 가족이 걱정하며 내시경 시술을 지켜보게 되는 수도 있으니, 반려견이 갈비뼈를 탐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3. 함께 이동하려는데 멀미할까 걱정돼요
평소 멀미를 잘하는 반려동물에게는 차 타기 한 시간 전쯤 진정제 혹은 항구토제를 먹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픽사베이

이 외에도 명절에 차량으로 장거리 이동을 하게 되면 멀미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평소 멀미가 잦은 반려동물에게는 차를 타기 한 시간 전쯤 진정제 혹은 구토를 억제할 수 있는 항구토제를 투약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약들은 특별한 심혈관계의 문제가 없으면 근처 동물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다. 필자가 관리하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장시간 자동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탈 때는 멀미약을 처방하곤 하는데, 여행 이후 물어보면 약 덕분에 편하게 이동했다는 얘길 종종 듣는다.

만약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반려동물만 집에 남겨두고 보호자가 집을 비울 때는 주변 친구나 친지에게 하루에 한 번 꼴로 방문을 요청해 사료와 물, 화장실을 체크해 줘야 한다. 또한 심심한 반려동물들은 전선을 물어 뜯을 수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접근 가능한 곳의 전기코드는 모두 분리해야 하며, 위험한 것(사람 약, 뾰족한 것, 먹으면 안되는 화학물질 등)들도 모두 치워야 한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호텔과 더불어 반려동물을 돌봐 주는 펫시팅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니 이용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

오랜만에 가족끼리 모여 즐거워야 할 추석에 반려동물의 질병 때문에 걱정하고 슬퍼하는 상황은 그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위 사례들처럼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반려동물 명절증후군’은 미리 예방할 수 있다.

가장 무서운 반려동물 명절증후군은 반려인으로부터 버림받는 것, '유기'이다. 언스플래시

사실 가장 무서운 반려동물 명절증후군은 반려동물 ‘유기’다. 지난해 기사에 따르면 연간 발생하는 유기동물의 20%가 휴가철에 버려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사람과의 생활에 길들여진 반려동물은 유기되는 순간 생명을 보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부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입양을 결정해야 하고, 같이 생활을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질병, 행동학적 문제 등)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고쳐 나가면 된다. 모쪼록 이번 추석명절에는 반려동물의 유기가 늘어났다는 뉴스가 한번도 나오지 않길 바란다.

글ㆍ사진 김태호 수의사(이리온 동물병원 청담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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