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고급 식재료 구입하기

프리미엄 온라인 슈퍼마켓 ‘마켓컬리’가 추천하는 메뉴로 차려진 밥상. 가늘게 썬 소고기와 각종 채소를 사워크림 소스에 넣은 러시아 요리 스트로가노프(왼쪽 맨 위부터 시계반대방향 순), 중국식 두부 요리인 마파두부,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한우 아롱사태와 꼬들꼬들한 식감의 해파리 냉채, 살코기 참치와 양파, 절인 오이의 삼중주가 돋보이는 참치 스프레드, 비리지 않으면서 매콤하고 맛깔스러운 고등어 조림으로 꾸며졌다. 마켓컬리 제공.

#1. 혼자 사는 직장인 김은미(39)씨는 매일 아침 제주 화산암반수를 마신 소에서 나온 우유에 아일랜드 청정지역에서 재배된 오트밀과 신선한 견과류를 구운 그래놀라를 섞어 먹는다. 전날 퇴근 후 온라인으로 주문한 우유와 그래놀라는 이튿날 아침이면 이씨의 집 앞까지 배송된다. 그는 “아침을 든든히 챙겨먹을 수 있고, 신선하고 맛있어 하루 종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2.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 정혜영(42)씨는 대형할인점 대신 온라인 슈퍼마켓에서 장을 본다. 전남 해남 유기농 고구마를 말려 만든 고구마말랭이, 프랑스산 유기농 치즈, 서울 이태원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티라미수 등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정씨는 “직접 가지 않아도 산지에서 유명한 음식을 바로 배송 받을 수 있어 너무 편리하다”며 “아이들 간식이나 평소에 먹기 힘든 요리, 디저트 등을 주로 구매한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못 살 물건이 없는 세상이지만 신선도가 생명인 야채와 과일, 고기 등 식재료는 온라인의 한계가 분명했다. 배송 중에 망가지거나 상하거나, 혹은 생각했던 맛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장보기는 주로 공산품이나 냉동식품, 인스턴트 식품 등으로 한정됐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밤12시에 주문해도 다음날 아침 문 앞까지 배달되고, 기능 좋은 포장재 덕에 안전하게 배송되면서 온라인의 오랜 한계를 극복했다. 집 앞까지 배달되는 신선식품은 입맛을 잃은 소비자들의 미각을 일깨우고, 1인 가구의 아침 밥상을 차려주고, 맞벌이 부부의 장 보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줬다.

온라인 슈퍼마켓에서 구매한 스페인산 말린 돼지고기인 하몽, 짭짤하면서 고소한 명란마요네즈, 부드럽고 달콤한 무화과 등이 있는 상차림. 인스타그래머 Apple_maya 제공
 ◇세계 각지 식재료부터 유명 레스토랑 디저트까지 

진화한 온라인 슈퍼마켓들은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신선한 식재료를 척척 배송해준다. 충남 서천 앞바다에서 당일 조업한 자연산 전어, 냉장상태로 직수입한 멕시코산 성게알, 뉴질랜드 청정지역에서 온 아보카도, 프랑스 대서양 연안에서 채취한 천일염 등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각지의 먹거리들이 주문 하루 만에 밥상에 오른다.

인스턴트가 아닌 유명 맛집의 대표 요리도 신속 배송된다. 남도음식전문점인 서울 역삼동의 ‘남도애꽃’, 간장게장전문점인 서울 강남의 ‘게방식당’, 서울 명동의 소문난 낙지볶음전문점인 ‘무교동명낙지’, 부산 밀면의 본거지로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개금밀면’ 등 전국 각지의 내로라하는 맛집에서 공수된 음식들이 아침이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굳이 시간을 들이고, 발품을 팔지 않아도 미슐랭 스타 식당에 버금가는 밥상을 차려낼 수 있게 됐다.

2015년 문을 연 프리미엄 온라인 슈퍼마켓 ‘마켓컬리’는 3년 만에 급속 성장을 했다. 올해 초 가입자 70만명을 넘었다. 하루 평균 주문건수는 1만건을 넘는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초반에는 30대, 40대 주부층을 겨냥했는데 최근에는 미식을 따지는 50대 이상 주부들과 20대의 1인 가구 등도 이용하면서 고객층이 두터워졌다”고 말했다. 주로 제주에서 생산된 우유, 전남 담양에서 자연 방사해 키운 닭이 낳은 유정란, 3년간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한 유기농 바나나 등이 많이 팔린다. 64겹의 페이스트리가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교토마블의 데니쉬 식빵, 국산 팥앙금과 프랑스산 에쉬레 버터를 넣은 곡물빵 등 아침 대용식도 인기가 높다.

얇은 페이스트리 64겹으로 이뤄진 도쿄마블의 데니쉬 식빵. 온라인 슈퍼마켓에서는 빵과 선식 등 아침 대용식의 판매량이 높은 편이다. 마켓컬리 제공.

친환경 식자재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헬로네이처’는 전국 유명 산지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는다. ‘김윤원님의 하늘에서 내려온 과일, 천도복숭아’, ‘김섭님의 가을 첫 수확 달달한 화산배’, ‘임묘상님의 향이 좋은 갈색 양송이’ 등등 생산자의 이름을 붙여 소비자의 신뢰를 높였다.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동시에 생산지에서 당일 수확해, 발송하고 익일 배송이 완료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한다.

프리미엄 반찬 배달 업체 배민찬에서 주문한 제주톳문어유자냉채, 차돌된장찌개, 알타리물김치와 꽃맛살샐러드로 차린 밥상. 인스타그래머 Jini_202 제공

집에서 만든 것 같은 맛깔스러운 반찬들도 배송된다. 프리미엄 반찬 배달 서비스인 ‘배민찬’은 화학조미료나 첨가제를 넣지 않고 당일 만들어진 신선한 반찬을 배송해준다. 이 덕에 집에서 요리하지 않아도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여러 음식 등을 맛볼 수 있다. 강원도산 시래기에 소고기가 올라간 시래기 불고기 전골, 인천 소래포구에서 갓 잡은 꽃게를 산채로 냉동한 뒤 만든 양념꽃게무침 등 한식은 기본. 달콤하고 감칠맛 나는 굴소스가 은은하게 배인 파스타면과 두툼한 국산 닭다리살이 들어간 태국요리, 가늘게 채 썬 돼지고기 뒷다리살을 활용한 멕시코 음식 타코 등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온라인이 차려준 밥상은 디저트로 완성된다. 마스카포네 치즈와 전문 바리스타가 추출한 에스프레소의 균형이 돋보이는 티라미수, 상큼한 풍미를 한껏 머금은 레몬케이크, 스리랑카에서 재배된 찻잎으로 우려낸 홍차 등 디저트도 휘황하다.

최근 온라인 슈퍼마켓들은 보냉 효과가 있는 포장재 등을 사용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배송한다. 마켓컬리 제공.
 ◇빠른 배송과 친절한 요리법 등 차별화한 서비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제때 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온라인 슈퍼마켓의 가장 큰 장점은 전날 밤 늦게 시켜도 다음날 아침이면 도착한다는 데 있다. 친환경 아이스팩과 충격방지용 포장재에 똘똘 감싸 튼튼한 스티로폼 박스에 안전하게 담겨서 말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하루 주문량의 30%가 오후 9~11시에 집중된다”며 “다음날 아침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인기가 많다”고 설명한다. 마켓컬리는 실온부터 냉동배송까지 가능한 차량을 운행하고 물류센터도 상온, 냉동, 냉장, 항온, 항습 등으로 세분화해 운영한다. 헬로네이처는 200개의 식품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포장할 때 ‘사과와 채소가 부딪치지 않게 하는 법’, ‘포장 시 상품별 위치’ 등 세세한 가이드라인이 담겨 있다.

식욕을 자극하는 상품설명과 친절한 요리법도 요즘 온라인 슈퍼마켓의 주요 무기. 쌀 한 톨을 팔 때도 청나라 문헌까지 인용하며 ‘구수하고 은은하게 옥수수 튀긴 향이 나고, 먹어보면 부드럽게 톡톡 씹히는 기분 좋은 소리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복합적인 신맛을 그대로 가지면서 마치 크림과 같은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발사믹 식초는 없어서는 안될 소스 같다. 양고기라면 손을 저을 사람이라도 ‘녹진하고 농후하며 고소한 맛이 살아 있고, 그 어떤 누린내와 거북함도 찾아볼 수 없는’이라고 수식된 양고기에 마음을 돌릴 수 있다. 사진과 동영상을 곁들인 자세한 요리법은 요리에 대한 두려움을 사라지게 만든다. 주부 정민선(31)씨는 “요리를 전혀 못했는데 온라인으로 장을 보고, 그 재료 그대로 요리를 따라 해보니 아주 쉽게 근사한 요리가 완성됐다”고 만족해 했다.

깨지기 쉬운 계란은 충격방지용 포장재로 여러 번 감싼 뒤 배송한다. 마켓컬리 제공.
 ◇비싼 가격과 취소 불가는 아직 한계 

다양하고 믿을 만한 메뉴는 강점이지만 높은 가격은 가장 큰 약점. 한끼 분량(200g)의 그래놀라가 1만1,000원, 500㎖ 올리브오일이 2만9,800원, 유기농 재료로 만든 1인분(420g)의 잡채가 1만원, 손바닥만한(160g) 구이용 메로는 1만6,500원이다. 제대로 된 근사한 한끼를 먹으려면 적잖은 비용이 든다. 온라인 슈퍼마켓을 종종 이용하는 주부 이화영(35)씨는 “맛있지만 가격부담 때문에 급하게 손님이 오거나, 특별한 날 잘 먹고 싶을 때 이용한다”라며 “일부 품목은 가격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양이 적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2번 온라인 슈퍼마켓을 이용한다는 직장인 한경철(45)씨도 마찬가지. 그는 “한 두어가지만 사도 5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완성된 요리의 가격은 웬만한 고급 식당에서 외식하는 것과 맞먹는다”고 했다.

급하게 주문하기에는 좋지만 급하게 취소는 안 된다. 교환이나 반품, 환불 등은 오후 6시가 넘어가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체 측은 주문이 들어오면 산지에서 수확, 발송이 바로 이뤄지는 등 배송준비가 실시간으로 되기 때문에 주문을 취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워킹맘 김현주(45)씨는 “밤늦게 주문하다 안 사도 될 음식을 사거나, 수량을 잘못 입력하면 바로 취소가 안돼 난감하다”며 “환불이나 보상제도도 배송만큼이나 신속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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