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의 개농장에서 사육 중인 강아지들이 사람이 다가가자 꼬리를 치며 반기고 있다. 고은경기자

3년 전 이맘때 충남 서산에 있는 대형 개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3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몇몇 장면은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발이 숭숭 빠지는 뜬장 위에서 어미개는 갓 태어난 강아지들을 돌보고 있었고, 3개월 된 발랄한 강아지들은 사람이 다가가자 그저 좋다고 꼬리를 흔들어댔다. 다녀오고 나서 지금까지도 개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게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다. 휴대폰 속 사진으로 남아있는 어미개와 강아지들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 철창은 또 다른 생명들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

뜬장에서 태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어미와 이별하고 철창 속에서 잔반을 먹으며 채 1년이 되지 않아 도살되는 게 식용으로 태어난 개들의 삶이다. 철창 속에서 살아가는 것까진 직접 봤지만 도살되는 걸 본적은 없다. 개식용 토론회 등에서 영상으로 상영된 적이 있지만 차마 보지 못했다. 단지 예전에는 고기 질을 좋게 하려고 때려서 죽였는데 이제는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입 부위에 대어 감전시키는 방법을 쓴다고 들었을 뿐이다. 개 전기도살은 개를 즉시 기절에 이르게 하는 최소 전류량이나 전압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다. 전기봉으로 개에게 수 차례 통전함으로써 개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겪어야 할 고통과 공포감이 매우 크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개를 전기 도살해도 그 동안에는 동물보호법에 저촉되지 않았다. 동물보호법 8조에는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거나, 노상 등 공개된 장소 또는 같은 종류의 동물이 지켜보는 앞에서 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잔인한 방법’에 대한 구체적 판단 기준이 없고 실생활에서 개가 식용을 목적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다른 가축과 마찬가지로 전살법(電殺法)을 사용한 경우 잔인한 방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리고 개를 전기로 도살하는 것이 목을 매다는 방식만큼 고통을 느끼게 하는가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150마리가 넘는 개를 전살법으로 죽인 개 농장주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동물보호법 위반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고 동물단체들은 반발해 왔다.

하지만 지난주 대법원은 개농장주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특정 도살방법이 동물에게 가하는 고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어도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객관적, 규범적으로 잔인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어 동일한 도살방법이라도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은 동물별 특성 등에 따라 다르며, 특정 도살방법이 다른 동물에게도 적합한 도살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동물단체들과 동물 전문변호사들이 이번 판결에 대해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잔인한 방법’을 판단하는 기준을 처음으로 자세히 제시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지금까지는 동물보호법이 미비해 사각지대에 놓였던 부분을 법원이 현행법의 적극적인 해석을 통해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고 동물전문변호사단체 피앤알은 평가했다.

앞으로 진행되는 환송심에서 어떻게 판결이 나올지 지켜봐야겠지만 확실한 점은 이제 사회통념상 적어도 개의 전기도살을 잔인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는 전살법을 사용하는 개농장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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