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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극장가 ‘4대 천왕’ 납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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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극장가 ‘4대 천왕’ 납시오

입력
2018.09.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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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기 꽉 찬 남녀에게 언제 결혼할 거냐 재촉은 그만! 취준생 어깨 쳐지는 취업난 얘기도 그만! 가족끼리 얼굴 붉히게 만드는 정치 논평은 제발 그만! 그렇다고 가족 간 대화도 하지 말라는 소리냐고 오해하지는 마시길. 결혼과 취업과 정치보다 더 흥미진진한 대화 소재가 가까운 극장가에 널려 있다. 추석 연휴 가족과 함께 극장 나들이를 가 보자. 영화를 보면서 공감대도 쌓고 관람평을 주제로 유쾌한 대화도 나눌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친목도모 활동이 또 있을까.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로 꽉 채워진 한국 영화 ‘4대 천왕’이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네 편 모두 제작비 100억~20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추석 영화 '명당'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추석 영화 '명당'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대대손손 발복할 ‘명당’을 찾아라 

추석 성묘를 하다가 ‘조상님 묏자리는 명당일까’ 새삼 궁금해지게 만드는 영화다. ‘명당’이라는 제목만 들어도 호기심이 샘솟는다. 어린 손자 손녀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전 연령대가 함께 관람하기에 손색이 없다. 영화는 천하명당을 차지해 권력을 누리려는 세도가와 왕족의 대결을 긴장감 넘치게 펼쳐낸다. 후대에 왕이 나온다는 터로 부친 남연군의 묘를 이장한 흥선대원군의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다. 뜻하지 않게 권력 싸움에 휘말렸으나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 천재 지관의 분투가 인간 욕망의 헛됨을 일깨운다. 부동산 광풍으로 들끓는 현대 한국 사회를 반추하는 날카로운 메시지에 카타르시스가 밀려온다. 묵직한 정치드라마이면서 볼거리가 풍성한 오락물로도 본분을 다한다. 배우 조승우와 지성 백윤식 유재명 등 호연이 돋보인다. 900만 흥행작 ‘관상’(2013)과 ‘궁합’(2018)을 잇는 ‘역학 3부작’의 완결판이다. 12세 관람가.

추석 영화 '안시성'의 한 장면. NEW 제공
추석 영화 '안시성'의 한 장면. NEW 제공

 위대한 승리의 역사 ‘안시성’ 전투 

죽을지언정 물러서지 않는다. 수사불퇴(雖死不退) 정신으로 무장한 고구려 군사들이 ‘안시성’에 집결했다. 군사 5,000명으로 당나라 20만 대군을 물리친 고구려 안시성 전투가 스크린에서 생생하게 재현된다. 공성전과 주필산 전투, 토산 전투 등 웅장한 전쟁 장면이 단연 압권이다. 안시성을 함락하기 위해 신무기를 동원하고 인해전술을 펼치는 당 태종 이세민과 그에 맞서 기상천외한 전술 전략을 가동한 양만춘의 지략 대결이 흥미진진하다. 전쟁은 재래식이지만 영상미는 21세기 감성이다. 최첨단 촬영기술로 마치 게임 속 한 장면 같은 비주얼을 구현했다. 보조 출연자 6,500여명, 말 650필, 당나라 갑옷 168벌, 고구려 갑옷 248벌 등 물량을 쏟았다. 총 길이 180m 안시성 세트도 지었다. 근엄한 장군 이미지를 지우고 젊고 세련된 옷을 입은 양만춘은 배우 조인성을 만나 새롭게 창조됐다. 총제작비 215억원을 회수하려면 600만명을 동원해야 한다. 12세 관람가.

추석 영화 '물괴'의 한 장면.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추석 영화 '물괴'의 한 장면.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무섭고도 애처로운 ‘물괴’ 

‘물괴’는 머리를 비우고 부담 없이 즐기기에 알맞다. 누구나 따라갈 수 있는 쉬운 이야기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무장했다. 디지털 기술로 창조된 ‘물괴 캐릭터’도 쏠쏠한 눈요기거리다. ‘물괴’는 조선왕조실록에 실제 등장하는 전대미문의 존재다. ‘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괴이한 생명체가 출몰했다는 기록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가 탄생했다. 중종 22년, 백성을 공격하고 한양에 역병을 퍼뜨리는 흉악한 물괴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수색대의 활약상을 담았다. 환란의 배후에 도사린 권력층의 음모는 물괴보다 섬뜩하고, 물괴의 숨겨진 사연은 뜻밖에도 애처롭다. 배우 김명민과 김인권의 콤비 호흡이 깨알 같은 재미를 더한다. 정치적 메시지를 직접 화법으로 드러낸 점은 다소 아쉽지만, 괴수 영화와 사극의 이종배합을 시도한 도전정신만큼은 갈채를 보낼 만하다. 한국 영화 시각효과기술(VFX)의 진보를 눈으로 확인할 기회이기도 하다. 15세 관람가.

추석 영화 '협상'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추석 영화 '협상'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리는 ‘협상’ 

사극이 너무 많아 물린다면 ‘협상’에 눈돌려 보자. ‘협상’은 유일한 현대극이자 범죄 오락물로 승부수를 던진다. 인질극을 벌이는 무기밀매업자와 경찰청 협상전문가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렸다. 경찰과 정부를 협상 테이블에 불러낸 인질범은 인질극을 벌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마치 추리극의 단서 같은 조건들을 하나씩 던져 주며 추악한 비밀의 실체를 세상에 폭로한다. 협상전문가의 회유와 유인, 무기밀매업자의 지능적인 반격이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화려한 액션 장면이나 볼거리는 없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조밀하게 짜인 이야기가 액션 못지 않은 쾌감을 선사한다. 영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캐릭터가 여성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협상의 달인이 된 손예진과 살벌한 악인으로 변신한 현빈이 연기 호흡을 주고 받는다. 정의가 승리한다는 메시지는 다소 상투적이지만 영화의 완성도에 흠이 되지는 않는다. 15세 관람가.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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