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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끝까지 해보자” 미국과 무역전쟁 강경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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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끝까지 해보자” 미국과 무역전쟁 강경 선회

입력
2018.09.17 18:07
수정
2018.09.17 19:1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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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당초 밀리는 듯하던 중국 정부가 대미 ‘무역전쟁’에서 강경론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민족주의 성향의 일부 민간 전문가들 주장을 수용한 모양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이 약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종전선언 참여 여부를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무역전쟁을 연계하려는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중국의 대미 강경론은 “중간재ㆍ부품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자”는 러우지웨이(樓繼偉)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외사위원회 주임 제안으로 불이 붙었다. 정협은 정부 외곽조직이지만, 러우 주임은 직전 재정부장을 지낸 거물급 인사다. 17일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이 관련 보도를 내보낸 것만 봐도 러우 주임의 발언이 사실상 중국 정부 입장임을 보여 준다.

실제 관영 매체들도 거들고 나섰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조만간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무역협상을 제안한 건 조그만 당근을 내밀며 몽둥이를 휘두르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중국이 수동적으로 미국에 굴복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측도 이런 기류를 감지한 듯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2,000억달러(약 225조3,400억원) 규모의 추가 ‘관세폭탄’ 부과 움직임에 반발해 협상 재개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상대방과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 고위당국자 주장도 실었다. 앞서 외신들은 미국이 오는 27~28일 워싱턴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간 회동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대미 수출을 제한하자는 러우 주임의 제안은 중국의 대미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훨씬 커 대등한 관세전쟁이 어려운 상황에서 실질적 대응책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중간재나 부품 수출을 제한할 경우 미국 제조업계의 공급체인이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애플 등 미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올해 들어 중국의 주가와 위안화 가치가 동반 급락했지만, 지난달의 주요 경제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중국 정부가 대미 장기항전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ㆍ외교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란 해석도 많다. 뉴욕타임스 ‘익명 기고문’ 파문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붕괴하고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고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때란 점에서다. 미국 기업ㆍ소비자에게 가시적 고통을 줌으로써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려는 의도란 얘기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연계해 중국이 남ㆍ북ㆍ미 3자 종전선언을 인정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주되 무역전쟁을 조기에 종결하자는 제안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중국 정부가 강경론을 회귀했지만, 내부에선 무역전쟁의 격화ㆍ장기화에 후유증이 표면화하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일부 지역의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달 8% 이상 급등했고, 경기부양책 남용에 따른 기업 부채 위기설이 또다시 확산되는 등 민심이 악화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미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중간선거 이전에 변할 것이란 기대를 접은 듯하다”면서 “중국 정부로선 무역전쟁을 끝내려면, 꽤 큰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미국 실물경제에 직접 타격을 가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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