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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 스릴러 '서치' 대박... 영화 흥행공식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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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 스릴러 '서치' 대박... 영화 흥행공식 바뀐다

입력
2018.09.18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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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는 컴퓨터와 모바일 화면 속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과 타이핑 속도로 인물의 감정을 드러낸다. 소니픽쳐스 제공
‘서치’는 컴퓨터와 모바일 화면 속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과 타이핑 속도로 인물의 감정을 드러낸다. 소니픽쳐스 제공


9월 극장가 최고 화제작은 단언컨대 영화 ‘서치’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한 관객몰이로 3주째 박스오피스를 장기 점령하고 있다. 급기야 추석 신작 영화 ‘물괴’마저 따돌렸다. 16일까지 누적관객수 251만7,320명(영화진흥위원회)이다.

시작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여름 대작 영화의 혈투가 마무리되던 지난달 29일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했다. 미국에서도 저예산 영화라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박스오피스를 역주행했고, 이달 3일부터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물괴’가 개봉한 12, 13일에 잠시 1위를 내줬으나 금세 되찾았다.

‘서치’는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아빠의 분투를 그린다.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에 남겨진 단서들을 조합해 딸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영화 전체가 웹사이트와 영상통화, 채팅프로그램 같은 컴퓨터ㆍ모바일 기기 화면으로 구성돼 있어 ‘랜선 스릴러’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기존 영화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영상 문법에 20~30대가 특히 호응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6일까지 ‘서치’를 관람한 전체 관객 중 20대가 47.4%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20대 평균 41.9%보다 크게 높다. 30대도 25.3%로 평균(24.7%) 대비 높았다. 나날이 번진 입소문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는 20~30대 관객층의 힘이 컸다.

한국 흥행 성적은 미국 외 국가 중에서 압도적 1위다. 한국 매출액은 16일까지 약 215억5,400만원(1,913만달러)으로 미국 매출액 1,962만달러(박스오피스 모조 집계)와 엇비슷하다. 배급사 소니픽쳐스는 기대를 웃도는 흥행에 고무된 분위기다. 소니픽쳐스 홍보 담당 최은희 과장은 “한국 관객이 모바일 기기와 SNS에 익숙하고 활용도도 높아서 영화의 독창적인 형식을 더 친숙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치’에 출연한 배우들은 컴퓨터에 달린 소형 카메라 앞에서 연기했다. 소니픽쳐스 제공
‘서치’에 출연한 배우들은 컴퓨터에 달린 소형 카메라 앞에서 연기했다. 소니픽쳐스 제공

비수기를 노린 개봉 전략도 주효했다. 여름 대목과 추석 연휴 사이, 전체 관객 규모가 작지만 경쟁이 될 만한 신작도 없어 대진표가 유리했다. 김대희 CGV 홍보팀 부장은 “‘서치’가 비수기 시장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며 “추석 연휴가 시작되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장기 흥행이 더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서치’의 흥행은 단순한 숫자 이상으로 의미를 지닌다. 디지털 시대를 반영하는 새로운 장르와 영상 문법을 대중이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3월 개봉한 공포영화 ‘곤지암’이 10~20대에 친숙한 인터넷 모바일 생중계 형식을 차용해 크게 성공했다. ‘서치’처럼 컴퓨터ㆍ모바일 기기를 스토리텔링에 활용한 장르를 미국에서는 ‘스크린 라이프’ 영화라 부르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서치’의 제작자인 티무르 베크맘베토브의 말을 인용해 “아이폰이나 컴퓨터에 기반한 영화는 제작비가 저렴하면서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제공할 수 있다”며 “스크린 라이프 영화가 다음 세대의 유행 장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 ‘원티드’(2008)와 ‘벤허’(2016)의 감독이기도 한 베크맘베토브는 향후 스크린 라이프 영화 10여편을 기획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서치’의 주인공은 한국계 가족이다. 존 조를 비롯해 미셸 라, 조셉 리, 사라 손 등 한국계 미국 배우가 출연했다.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미국 중산층이 한국계 가족으로 설정되고 배역도 한국계 배우에게 맡겨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은희 과장은 “한국 문화가 미국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도록 할리우드의 인식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뜻깊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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