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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백신 개발, 영국ㆍ독일 제치고 우리가 가장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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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백신 개발, 영국ㆍ독일 제치고 우리가 가장 앞서”

입력
2018.09.17 16:29
수정
2018.09.17 20: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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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규 국제백신연구소(IVI) 수석자문관이 국내외 메르스 백신 개발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윤인규 국제백신연구소(IVI) 수석자문관이 국내외 메르스 백신 개발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백신 개발은 현재로선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다. 하지만 백신이 나와도 MERS를 퇴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7일 서울대학교 내 국제백신연구소(IVI)에서 만난 윤인규(52) IVI 수석자문관 겸 ‘뎅기 및 흰줄숲모기 매개 질병 컨소시엄’ 단장은 MERS 백신 개발 성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MERS를 단기간 안에 퇴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 자문관은 뎅기, 지카,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국내에 드문 전문가다.

IVI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메르스 백신 중 3가지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영국과 독일 백신이 임상시험 첫 단계(1상)를 최근 시작했고, IVI가 중소기업 진원생명과학과 함께 개발 중인 백신이 미국에서 1상을 마친 뒤 국내에서 두 번째 임상 참가자들의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개발 속도로 보면 국산이 가장 빠르다. 이 임상시험 연구에 참여하는 윤 자문관은 “불과 2, 3년 전만 해도 메르스 백신이 전혀 없었던 걸 고려하면 상당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국산 백신이 개발에 속도가 날 수 있는 건 유전자(DNA)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메르스 바이러스 DNA의 일부를 떼어내 생체전달물질(플라스미드)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병원체 전체나 일부의 독성을 약화해 만드는 일반적인 백신보다 제조 과정에 시간과 비용이 덜 들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IVI와 진원생명과학은 이렇게 만든 백신을 두 번째 임상시험에서 건강한 성인에게 총 3차례 투여해 어떤 면역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진짜 난관은 그 이후다. 백신이 허가를 받으려면 실제 환자에게도 접종해 효능과 안전성을 건강한 사람과 비교해봐야 하는데, 워낙 환자가 적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윤 자문관은 “일단 개발을 멈췄다가 향후 환자가 다수 발생했을 때 동의를 얻어 접종하거나, 낙타를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를 인간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독일, 영국 백신 모두 낙타 연구를 병행하고 있지만, 낙타처럼 큰 동물과 바이러스를 함께 다뤄본 경험도 별로 없는 데다 그만한 실험 설비도 충분치 않다.

윤인규 국제백신연구소(IVI) 수석자문관은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된 진원생명과학의 메르스 백신 1상 임상시험 결과가 곧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윤 인턴기자
윤인규 국제백신연구소(IVI) 수석자문관은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된 진원생명과학의 메르스 백신 1상 임상시험 결과가 곧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윤 인턴기자

지난 수십 년 동안 메르스의 대부분이 낙타에서 발생해왔다는 점은 퇴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천연두처럼 백신이 사람에게서 메르스를 퇴치한다 해도 낙타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면 재발 우려는 여전하다. 윤 자문관은 “낙타는 메르스 바이러스의 저장고”라며 “감염돼도 심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낙타에서 메르스를 퇴치하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한 종류다. 2003년 유행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ㆍSARS)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둘은 전혀 다르다. 사스는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쉽고 빠르게 퍼졌지만, 메르스는 그보다 덜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처럼 유전자 돌연변이도 잦지 않다. 그러나 메르스 치사율은 35%(3년 전 한국 유행 당시엔 19%)로 사스(10%)보다 훨씬 높다. 윤 자문관은 “백신을 상용화하려면 되도록 많은 후보물질을 연구하고, 사람은 물론 낙타 백신도 함께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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