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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가(國歌) 거부 논란

입력
2018.09.17 18: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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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시작으로 국가(國歌)와 국기(國旗)가 확산된 19세기는 민족주의 바람이 거셌던 시기다. 국가와 국기는 독립국의 위엄을 강조하며 구성원을 단결시키는 상징이지만 그런 태생의 한계로 개인보다 민족이나 국가 같은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우선하는 전체주의적 분위기가 감돌 수밖에 없었다. 세계화의 확산으로 국가 간 장벽이 낮아지고 인권 의식이 확산되면서 이런 상징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타깃은 주로 국가 가사다.

▦ 최근 호주에서 9세 초등학생이 국가 제창 중 기립하지 않아 화제다. 이 학생은 1878년 만들어져 국민 애창곡으로 불리다 1984년 국가가 된 ‘전진하라 아름다운 호주여’의 가사 중 ‘우리는 젊다(We are young)’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식민지 이전 호주에서 살아온 원주민을 배제한다는 이유였다. 국가의 내용을 꼬집은 것은 아니나 최근 나이키 광고모델이 된 미국 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도 국가에 저항한 인물이다. 그는 2016년 트럼프 정부의 인종 차별에 항의한다며 경기 시작 전 기립 국가 제창 때 무릎을 꿇고 앉아 이를 거부해 파문을 일으켰다.

▦ 국가가 논란인 나라로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1분이 안 되는 짧은 국가 중 하나인 ‘기미가요’는 일왕의 통치가 천년만년 이어지기 바란다는 단순한 내용인데, 이를 국가로 쓴 1893년 이후 일본이 대외 침략에 나서 군국주의의 상징곡처럼 됐다. 전쟁 직후만큼은 아니지만 일본 학교에서는 기미가요 기립 제창 거부가 여전하고, ‘양심과 사상의 자유에 반한다’는 위헌소송도 적지 않다. 일본 정부는 법률로 기립 제창을 강제하지 말도록 하면서도 교사용 교육지침서인 학습지도요령에서는 이를 지도하도록 하는 꼼수를 쓴다.

▦ 국가가 논란이 일자 가사를 개정한 캐나다 사례는 모범적이다. 1980년 ‘오, 캐나다’를 국가로 채택한 이후 ‘그대의 아들들(all thy sons)’이라는 가사가 성차별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자 이를 ‘우리 모두(all of us)’로 바꾸는 법안이 지난 2월 통과돼 국가를 개정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채택한 우리 애국가 가사에는 문제가 없을까.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상황이 묻어나는 4절의 ‘충성을 다하여’ 같은 표현은 지금 시민 정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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