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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1,500회 난타전…”이게 진짜 복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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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1,500회 난타전…”이게 진짜 복싱”

입력
2018.09.16 17:49
수정
2018.09.16 21:5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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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카멜로 알바레스(왼쪽)와 게나디 골로프킨이 1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재대결에서 펀치를 주고 받고 있다. 라스베이거스=USA투데이 연합뉴스
사울 카멜로 알바레스(왼쪽)와 게나디 골로프킨이 1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재대결에서 펀치를 주고 받고 있다. 라스베이거스=USA투데이 연합뉴스

승자를 가리기 위해 1년을 기다렸던 세계 프로복싱 미들급 최강자 게나디 골로프킨(36ㆍ카자흐스탄)과 사울 카넬로 알바레스(28ㆍ멕시코)의 ‘2차 주먹 전쟁’은 피가 튀겼다. 한 명은 눈이 부어 오르고, 다른 한 명은 눈 주위가 찢어져 출혈이 있는데도 어느 누구도 쓰러지지 않았다. 한치의 물러섬 없이 펀치를 1,500차례나 주고 받았다. 1년 전 첫 대결 당시(1,200회)보다 더 많은 주먹이 오갔다.

화끈한 난타전 끝에 알바레스가 웃었다. 알바레스는 1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ㆍ세계복싱협회(WBA) 미들급(72.57㎏) 통합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골로프킨을 12라운드 혈투 끝에 2-0 판정승(115-113 114-114 115-113)으로 꺾었다.

‘무패 복서’ 골로프킨에게 첫 패배를 안긴 알바레스는 지난해 판정 논란을 잠재우고 새로운 미들급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다. 알바레스의 프로 전적은 50승(34KO) 2무 1패다. 반면 외할아버지가 고려인으로 한국 팬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고 있는 골로프킨은 40전 만에 패배를 맛 봐 38승(34KO) 1무 1패가 됐다.

1년 전 맞대결에서 알바레스는 편파 판정 의혹을 받았다. 총 펀치와 잽, 파워 펀치에서 골로프킨에게 밀렸지만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북미 지역에서 인기가 많은 알바레스의 흥행 파워를 고려한 터무니 없는 판정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알바레스의 손을 들어준 여성 심판은 메이저 경기 배제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재대결에서 알바레스는 첫 대결 때와 달리 초반부터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점수를 쌓아갔다. 10라운드부터 펼쳐진 골로프킨의 거센 펀치 세례에 비틀거리기도 했으나 끝까지 저항했고, 결국 승리를 지켰다. 미국 통계회사 ‘컴퓨복스’에 따르면 총 펀치 적중 횟수는 알바레스가 202회, 골로프킨이 234회다. 더 많이 가격한 쪽은 골로프킨이지만 상대에게 충격을 주는 파워 펀치는 알바레스가 143회로 골로프킨(116회)보다 많았다. 골로프킨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잽에서 118회 적중시켰고, 알바레스는 56차례 가격했다.

알바레스-골로프킨 경기 분석. 김문중 기자
알바레스-골로프킨 경기 분석. 김문중 기자

알바레스는 경기 후 “내가 위대한 파이터라는 것을 오늘 밤 증명했다”며 “수치들을 보면 명백한 승리”라고 강조했다. “판정까지 가지 않고 KO로 끝내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던 골로프킨은 다시 한번 판정에서 고개를 숙인 뒤 “누가 이겼는지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팬들을 위해 좋은 경기를 했고, 매우 흥미 있었다. 알바레스보다 내가 더 잘 싸웠다고 생각한다”고 판정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둘의 대결은 당초 5월 6일 펼치기로 했으나 알바레스가 지난 2월 도핑 검사에서 클렌부테롤 양성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연기됐다. 클렌부테롤은 근육 강화 성분이 있어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한 약물이다. 알바레스 측은 멕시코에서 유통되고 있는 오염된 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멕시코 축산농가에서 살코기 비율을 늘리기 위해 클렌부테롤을 사료로 몰래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모르고 섭취했다는 것이다. 네바다주 체육위원회는 알바레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50% 징계 수위를 감경, 알바레스에게 6개월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재대결을 기다렸던 복싱 팬들에게 기다림의 시간은 길었지만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현장에서 직접 관전한 미국프로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는 “지금까지 본 복싱 중 최고의 싸움”이라며 “최고의 파이터 알바레스와 골로프킨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영국 출신의 복싱 챔피언 아미르 칸은 “두 명 다 잘 싸웠다”면서 “이게 바로 복싱”이라고 치켜세웠다.

복싱의 진수를 선보인 대결이었던 만큼 벌써 세 번째 대결 이야기도 나온다. 알바레스는 “팬들이 다시 싸우기를 바란다면 우린 의심할 여지 없이 다시 싸울 것”이라고 했고, 골로프킨도 “최고의 컨디션으로 싸운다면 응하겠다”고 밝혔다. 골로프킨의 트레이너인 아벨 산체스 또한 “판정패에 불만은 없지만 충분히 세 번째 경기를 치를 만한 이유가 생겼다”고 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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