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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07년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교훈

입력
2018.09.16 10: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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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 말 노무현 정부 합의 이행시간 부족 

 초반인 문재인 정부 성과 낼 충분한 시간 

 창의적 대안으로 김정은 설득이 성공 관건 

역사적인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문재인 정부 들어 3차이기도 하지만 평양에서 개최되는 세 번째이기도 하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했던 필자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긴장과 감동 속에 당시 정상회담을 옆에서 지켜봤던 경험과 2박 3일의 짧지만 인상 깊었던 평양 일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10ㆍ4 정상선언은 정권교체와 남북관계 경색으로 하나도 이행되지 못했고 오히려 북핵문제 악화와 군사적 긴장고조를 거쳐 11년이 지난 이제야 새로 시작하는 평양 정상회담을 맞게 되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많은 성과를 냈음에도 실제로 이행되지 못한 것은 임기말 뒤늦은 정상회담이었기 때문이다. 45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절대적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지각 회담의 결정적 이유는 북핵문제의 난항 때문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차 북핵위기가 일정하게 진전된 이후에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했고 결국 북미간 2ㆍ13 합의 이후 임기 마지막 해 정상회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대신 핵문제 진전으로 남북은 많은 내용을 합의할 수 있었다.

2007 남북정상회담의 교훈을 적용해보면 이번 문재인 정부의 3차 정상회담은 임기 초반에 그것도 벌써 세 번째 회담이라는 점에서 성과를 낼 경우 이행할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다. 반대로 북핵문제의 교착국면에서 진행되는 회담이기 때문에 핵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유의미한 내용을 담기 힘든 측면도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은 북핵 협상의 교착상태를 풀어낼 수 있는 성과를 내야만 임기 초반 남북정상회담의 유리한 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관건은 논란이 되고 있는 핵리스트 신고와 종전 선언의 시퀀스 문제에서 북미 양측의 절충이 가능한가이다.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의 선조치 없이 종전선언을 양보하지 않을 태세이고 김정은 역시 특사방북에서 확인된 것처럼 미국이 상응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오히려 섭섭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는 북미간 기싸움에서 문대통령이 창의적 대안으로 김정은을 설득할 수 있다면 이번 평양 회담은 성공의 단초를 열 수 있다.

의미있는 진전이 생략된 채로 두리뭉실하고 포괄적인 비핵화 약속 재확인에만 그칠 경우 오히려 평양 정상회담은 북미간 협상 진전 대신 한미간 이견 확대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간 두 차례의 평양 정상회담이 성공했던 중요한 전제중 하나가 탄탄한 한미공조였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당시 미국의 페리프로세스를 대북포용정책으로 일치시키고 나서야 정상회담을 추진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완고한 부시 대통령을 설득해 종전선언 동의와 2ㆍ13 합의를 도출하고서야 평양으로 갈수 있었다. 평양으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이유기도 하다.

역사적 평양회담의 성공을 위해 필자의 경험상 몇가지 꿀팁을 주문하고자 한다. 우선 회담 과정에서 북이 불쑥 내밀지 모르는 돌발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2007년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갑자기 하루 더 묵고 가라고 제안했다. 국제관례상 유례가 없는 즉흥적인 돌발제안의 가능성에 충분히 대처해야 한다. 또한 평양 정상회담은 북한 지역에서 이뤄지는 회담이기 때문에 북한의 페이스대로 진행될 가능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 당시 순안공항에서의 깜짝 환영행사 직후 양 정상이 백화원초대소까지 동승한 사례는 두고두고 궁금증을 자아냈다. 꽃술을 든 평양시민 수십만의 대대적인 환영만으로도 우리는 심리적으로 압도당할 수 있다. 북한 체제의 특성을 역이용하는 협상전략도 효과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2007년 당시 협상의 난항으로 오찬장에 늦게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측 특별수행원들과 식사하면서 인사말을 통해 ‘벽을 느낄 정도로 어렵지만 역지사지의 심정이 필요하다’고 공개발언한 것은 사실 김정일을 상대로 한 것이고 이후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었다. 크게는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이 선순환하고 작게는 정상회담이 계속 이어져서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답방이라는 선대의 약속을 꼭 지키게 되길 기대해본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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