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특별판

2년 전 이 맘 때 인천 중구에 있는 탐지견훈련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공항에서 마약을 찾아내는 활약을 펼치는 탐지견들의 훈련과정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는데요. 늠름하고 대견했지만 생각보다 덩치도 크고, 또 너무나 활동적이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탐지견훈련센터에는 현역 탐지견도 있지만 탐지견으로서의 임무를 마친 은퇴견, 또 탐지견으로 길러졌지만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후보견, 탐지견들을 탄생시키는 탐지견 모견들도 있습니다. 훈련센터는 매년 은퇴견과 후보견, 모견들에게 일반 가정에서 사랑 받는 반려견으로 살아갈 기회를 주기 위해 공고를 내는데요. 올해는 11마리의 주인공들이 제2의 삶을 살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탐지견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2회 수상하고, 중앙119구조본부로부터 감사패를 받을 정도로 우수한 탐지견으로 활동했던 민주.

민주(8세ㆍ암컷)는 활동 당시 탐지견 중에서도 ‘최고중의 최고’로 꼽혔습니다. 현장 근무 당시 캐나다에서 발송된 물건에 대해 이상반응을 보여 정밀검사결과 MDMA(엑스터시) 36g을 적발하는 등 10여건의 마약을 적발한 베테랑이었는데요. 관세청에서 격년제로 실시하는 ‘관세청장배 탐지견 경진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수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대구본부세관 근무 시에는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안전처 중앙119구조본부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습니다. 민주는 애교가 많기도 하지만 성격이 급해서 사료도 빨리 먹고 산책할 때에서 먼저 뛰어나갈 정도라고 해요. 활동적인 민주와 산책도 즐기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줄 가족이면 좋겠습니다.

물을 좋아하는 장군이와 인천공항에서 인기를 독차지했던 주주.

주주(6세ㆍ암컷)는 인천공항에서 마약탐지견으로 활동하던 중 눈이 크고 통통해서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가장 많아 근무하는데 지장이 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너무 관심을 많이 받다 보니 부끄러움을 타기 시작했고, 더 이상 탐지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은퇴하게 됐다고 해요. 장군(6세ㆍ수컷)은 인천세관 항만에서 근무했는데요, 항만에서 근무한 이유일까요. 물을 보면 뛰어들 정도로 물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장군이는 탐지견 중에서도 사람이랑 노는 것을 가장 즐길 줄 아는데요 하지만 막상 혼자 있을 때에는 차분하고 의젓하게 있습니다.

탐지견센터에서 모견으로 지냈던 몰리와 모아.

몰리(10세ㆍ암컷)와 모아(8세ㆍ암컷)는 그동안 탐지견들이 있게 한 모견으로 활동했습니다. 직접 마약탐지 활동을 한 건 아니지만 이들이 없었다면 탐지견들도 존재할 수가 없겠지요.

탐지견 교육까지 받았지만 탐지견보다 일반 반려견으로 적합하다고 평가 받은 태극과 태산.

태극(5세ㆍ수컷)과 태산(5세ㆍ수컷)은 탐지견 훈련은 모두 받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적응을 잘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센터에 돌아와 재훈련을 하기도 했는데요, 능력은 출중하지만 탐지견으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반려견으로 살아가는 게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이번에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탐지견으로 활동하진 못했지만 성격좋고 활동적인 아론과 애니.

아론(2세ㆍ암컷), 애니(2세ㆍ암컷), 엔젤(2세ㆍ암컷), 안나(2세ㆍ암컷)는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아예 훈련조차 받지 않은 경우입니다. 아직 어린데다 노는 것을 좋아해서 한 가정의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입니다.

다부진 몸매, 산책을 좋아하는 엔젤과 안나.

탐지견 입양은 까다롭습니다. 반려견이나 훈련용 목적으로만 데려갈 수 있고, 개들을 잘 돌볼 수 있는지 서류심사와 현장 실사 등을 거쳐야만 합니다. 탐지견들의 경우 워낙 활동적이고 짖음도 있어서 공동주택보다는 마당이 있는 가정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 관세청의 정기적인 관리점검에 적극 협조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탐지견으로 활동해왔거나 훈련을 받았는데 실제 입양하면 일반 반려견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궁금한 이들도 많을 겁니다. 함께 활동했던 누리(10세ㆍ암컷)를 입양한 박정원 관세청 탐지조사요원은 “오랜 기간 함께 했음에도 막상 집으로 데려오니 누리도 처음에는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다”며 “대형견으로 나이가 있는 편임에도 산책을 많이 시켜야 하는 등 탐지견들은 활동성이 뛰어나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누리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보고,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다양하게 활동을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오히려 심심해하는 것 같았다고 해요. 하지만 이제는 산책과 간식을 기다리는 평범하지만 사랑스러운 반려견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박정원 관세청 탐지조사요원 가족과 누리. 박정원 탐지조사요원 제공

많은 이들이 탐지견이 엄청 똑똑한 개로 알고 있는데요. 사실 탐지견은 앉아, 기다려 등 복종훈련을 받지 않습니다. 활동적인 성격을 유지하면서 발달한 후각으로 마약을 탐지하는 것만 훈련을 받기 때문입니다. 박 탐지조사요원은 “탐지견들은 견사나 정해진 배설장에서 배설을 하는데 막상 집에 가면 패드에 배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배변문제를 비롯해 입양가족들은 탐지견들이 일반 가정에 적응할 수 있도록 호흡을 맞춰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번 공고는 17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며 일반인의 경우 신청서를 작성해 이메일(geunseok1@korea.kr)로 보내면 됩니다. 이지현 탐지견 훈련센터 수의사는 “탐지견으로 활동한 은퇴견도, 탐지견을 있게 한 모견도, 탐지견에는 맞지 않지만 성격 좋고 사람 좋아하는 후보견들도 모두 좋은 가족을 만나 일반 가정에서 사랑 받는 반려견으로 살아갈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문의: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홈페이지 cti.customs.go.kr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한규민 디자이너 szeehg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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