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가능국’ 변모 위한 행보... 국민 반대 속 개헌도 밀어붙여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14일 일본 도쿄 시내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선거 토론회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도쿄=교도통신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자위대가 일본에서와 달리 국제사회에서는 군대로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력(戰力) 불보유’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 9조 2항과 상충되는 주장으로, 총리 3연임 확정 이후 개헌을 통해 ‘전쟁가능 국가’로 변모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 기자클럽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일본에서는 각국에 없는 헌법상 ‘필요 최소한’이라고 하는 제약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자위대가) 이른바 군대가 아닌 실력조직이라는 생각이 있다”면서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군대라는 인정을 충분히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헤이그육전(陸戰)조약 가입 ▦이지스함 수척 보유 ▦방위비 5조엔(약 50조원) 지출 등을 제시했다.

이에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자위대가 국내에서는 (군대가) 아니지만 국제적으로는 군대라는 주장은 국제적으로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위대가 일본의 독립을 지키고 국제법에 따라 활동하는 것을 (국내외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자민당의 책무”라며 “필요 최소한 (실력조직) 이라고 해서 전력이 아니라는 생각은 오히려 국민들의 이해를 어렵게 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헌법 9조 2항을 그대로 둔 채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방식의 단계적 개헌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시바 간사장은 이 개헌안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본 헌법 9조는 국권의 발동에 의한 전쟁 또는 무력행사를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영구히 포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2항은 육해공군과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을 보유하지 않고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기, 일본이 정식 군대를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에 자위대를 군대가 아닌 ‘필요 최소한의 실력조직’으로 정의해 왔다.

아베 총리는 야권과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일단 자위대를 명기한 뒤 전력 보유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9조 2항을 삭제하는 2단계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에선 이를 일본을‘전쟁가능한 국가’로 바꾸겠다는 의도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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