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 진출 국가대표 김동현
[저작권 한국일보]13일 저녁 제주 제주시 탐라장애인복지회관 3층 농구경기장에서 훈련 중인 김동현 선수. 김영헌 기자.

“탕, 탕, 탕.” 13일 저녁 제주 제주시 탐라장애인복지회관 3층 농구경기장에는 농구공 드리볼 소리로 가득 찼다. 제주도휠체어농구단 소속 김동현(30) 선수와 동료들이 전용 휠체어를 타고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190㎝를 넘는 우람한 체구의 김 선수가 순식간에 휠체어의 방향을 좌우로 바꾸며 드리볼을 하다 던진 농구공은 링 속으로 쏙 빠져 들어갔다.

지난주 독일에서 열린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돌아온 김 선수는 이날도 농구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3년 후에는 한국 대표팀의 주전 센터가 됐다. 휠체어농구를 중학교 2학년 때 뒤늦게 시작했지만, 좋은 체격 조건과 재능은 그를 몇 년 만에 국내 최고 위치로 올려놓았다.

김 선수는 “6세 때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지만, 대신 휠체어가 다리가 됐다. 휠체어만 타면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며 “농구를 할 때는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그가 속한 제주도휠체어농구단은 전국 최강이다. 김 선수를 포함해 현직 국가대표 2명과 전직 국가대표 6명이 포진한 그의 팀은 국내 대회를 거의 휩쓸 정도다. 하지만 국내 휠체어농구는 선수층도 빈약하고, 제대로 된 지원도 없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그는 고민 끝에 2012년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내왔던 이탈리아 산토스스테파토팀으로 떠났다. 국내 휠체어농구 선수 중 해외로 진출한 첫 번째 사례다. 지금까지도 해외 리그에서 활동한 국내 선수는 김 선수와 스페인 리그에 진출했던 1명 등 모두 두 명에 불과하다.

이탈리아 휠체어농구 세리에A(1부 리그)에 속한 팀에서 그는 주전 센터로 활약했다. 7년간 소속팀을 세 번이나 옮기면서 국내에서 겪어 보지 못한 많은 경험을 했다.

김 선수는 “이탈리아 등 유럽 선수들은 국가 지원에 소속팀 지원까지 받을 수 있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어 실력이 국내 선수들에 비해 월등하다”며 “휠체어농구도 1부 리그부터 3부 리그까지 80여개팀이 활동하고 있어 선수층도 두껍다. 지역 연고로 활동하는 팀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응원전도 열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어린 자녀들의 교육 문제 등으로 이탈리아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제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시 혼자 이탈리아로 돌아갈지 국내에서 선수로 활동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국내 선수들 대부분이 운동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무직인 상태여서 생활고를 무시할 수가 없다”며 “운동을 위해서는 해외 리그가 훨씬 좋은 조건이지만 가족들이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김 선수는 “서울시청팀처럼 제주에도 실업팀이 생기길 기대하고 있지만 사정은 쉽지 않다”며 “제주지역 선수들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들도 실업팀에서 뛰면 더 좋은 실력을 갖출 수 있고,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 수준의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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