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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생산성 기업>동희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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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생산성 기업>동희오토

입력
2018.09.18 14:18
수정
2018.09.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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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겪은 생산공장, 세계 최고 경쟁력 향해 도전

글로벌 컨설팅 기관 ‘GPTW(Great Place to Work)’의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3년 연속(2015~2017) 대상 수상, 2017년 국가생산성대회 특별상(국무총리 표창). 자동차 생산업체 동희오토의 최근 수상 실적이다. 수상 이유는 ‘지난해 매출 1,579억원, 영업이익 49억4,903만원’, ‘올해 매출 1,736억원, 영업이익 57억8,540만원(예상)’이라는 재무제표의 숫자가 말해준다. 저성장, 경기침체의 늪에서 제조업체로서는 기록하기 쉽지 않은 수치다.

기아자동차의 경승용차 모닝, 레이의 내수ㆍ수출 생산을 전담하는 동희오토의 경영 비결을 찾기 위해 <생산성+ 저널>이 5일 충남 서산시 성연면 동희오토를 찾았다. 정문에 들어서자 방호 요원이 차를 세우고 방문신청이 돼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 공장은 현대, 르노삼성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처럼 사전에 방문 신청을 해야 들어갈 수 있고, 등록하지 않은 노트북, USB(휴대용 저장장치), 카메라 등 보안 물품은 반입을 금한다. 출입 절차를 기다리는 사이 모닝과 레이를 9대씩 실은 카고 트럭이 대략 5분에 한 대 꼴로 공장을 빠져나갔다.

충남 서산 동희오토에서 생산된 모닝과 레이 자동차가 이송 되고 있다.
충남 서산 동희오토에서 생산된 모닝과 레이 자동차가 이송 되고 있다.

2001년 설립된 동희오토는 30만㎡ 면적에 차체ㆍ도장ㆍ조립 공장과 완성차 적재장 등으로 이뤄져 있다. 공장은 하루 1,000여대, 연간 최대 28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지난해에도 25만여대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기아차의 모닝과 레이는 이곳에서만 생산된다. 생산량의 대략 40%가 내수 물량이고, 60%가 세계 190여개 나라로 팔려 나간다. 기아차가 모닝과 레이 생산을 전적으로 맡긴 이유는 생산성이다. 동희오토는 2010년부터 현장 중심형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2020년까지 글로벌 경쟁력 최고 수준의 스마트 팩토리를 선보인다는 게 목표다.

차체공장 안에는 용접 로봇이 많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게 없었다. 도장과 조립 공장도 다른 완성체 업체의 공장과 크게 다른 점이 눈에 띄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곳곳에 그림, 생화를 심은 화분 등이 놓여 있는 정도가 달랐다. 그러나 설명을 듣고 보니 확연한 차별점들이 있었다. 동희오토 공장혁신팀 박필웅 차장은 “혁신활동의 주요성과는 ‘제로화’”라고 말했다.

충남 서산 동희오토의 모닝과 레이 자동차 생산라인에 붙어 있는 시.
충남 서산 동희오토의 모닝과 레이 자동차 생산라인에 붙어 있는 시.

차체공장의 경우 용접 자동화율이 100%다. 불꽃이 튀는 전극이 얼마나 닳았는지 센서로 측정해 용접 불량이 제로화 됐다고 한다. 전체 설비를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시스템도 불량 제로에 한몫 하고 있었다.

도장공장의 특징은 차량 접합부위를 메우는 실러와 차체 진동을 줄여주는 데드너 재활용이었다. 보통 다른 공장에서는 기계로 뿌리는 작업 중에 바닥에 튀거나 흐른 실러, 데드너를 폐기한다. 태워 없애기 때문에 비용뿐 아니라 대기 오염이 문제였다. 이 회사는 특허를 출원한 재활용 프로세스로 폐기물을 제로화했다. 연간 6,052만원의 비용절감 효과는 덤이다.

조립공장에서는 사양이종 제로화와 e-JIT(Just in Time) 시스템이 특이했다. 사양이종은 소비자가 선택한 사양과 다른 부품을 장착해 생기는 불량이다. 이를 막기 위해 동희오토는 도어 안쪽 핸들, 재떨이, 실내 후사경 등 사양이종이 발생했던 조립 단계에 집중했다. 선택사양 부품이 아닐 경우 부품 상자의 문을 닫아 작업자가 주문과 다른 부품을 꺼내는 것을 원천봉쇄했다. 기존에는 각 상자 위쪽에 파란색 전구를 달아 불이 들어오게 하는 방법을 썼지만 불량을 완벽하게 막지는 못했다.

e-JIT 시스템은 실시간 부품공급 시스템이다. 동희오토가 공장 인근 부품 공급사에 전산으로 주문을 하면 늦어도 2시간 안에 도착한다. 이 부품들을 바로 공정에 투입하는 게 e-JIT 시스템이다. ‘도착 즉시 공급’이므로 부품을 쌓아둘 공간도, 부품을 일일이 찾아서 생산라인에 전달하는 시스템도 필요치 않다.

충남 서산 동희오토의 모닝과 레이 자동차 생산라인. 곳곳에 숨어 있는 시스템으로 불량을 차단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충남 서산 동희오토의 모닝과 레이 자동차 생산라인. 곳곳에 숨어 있는 시스템으로 불량을 차단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마지막 제로화는 환경 오염이다. 생산공정에서 나온 폐수를 재활용 설비를 거쳐 사용해 폐수 방류가 없다. 또한 굴뚝으로 나가는 배기가스를 다시 보일러로 순환시켜 새어 나가는 열까지 다시 쓴다. 연간 연료 사용량 중 1,540만원, 전력 비용은 526만원 절감했다.

김상호 동희오토 생산담당 이사는 생산 라인 관리 부분도 자랑했다. 김 이사는 “기계는 고장이 나기 전 소음과 진동을 내는데 우리는 컨베이어 벨트 구동부 1,000곳에 진동, 소음 모니터링 센서를 달아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즉각 조치해 고장이 안 난다”면서 “시스템을 구축한 2012년 이후 컨베이어 벨트가 고장으로 선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라고도 했다.

박옥근 동희오토 대표는 “자동차를 잘 만든다는 것은 생산성과 품질이 높고 납기일을 잘 준수하는 것인데, 세계적으로 토요타 공장이 이를 가장 잘 충족하는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토요타의 비슷한 규모(연간 30만대 생산) 공장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 박 대표는 “의지만으로는 안 되고 현장 작업자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작업 환경 개선, 회사 운영방침 결정 등에서 ‘내가 작업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사무실과 비교해 여름엔 더 시원하고 겨울엔 더 따뜻한 작업장, 사무실보다 먼저 리모델링을 한 생산라인 화장실 등은 이런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다. 작업장 곳곳에 설치된 시와 그림, 생화를 심은 화분 등은 근로자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고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박 대표의 아이디어로 추진한 일들이다.

흔히 스마트 팩토리, 공장 자동화라고 하면 근로자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박 대표는 “위험하고(Dangerous) 어렵고(Difficult) 더러운(Dirty) 3D 공정 작업자는 가능하면 빼주는 게 좋다. 그런 곳은 자동화하고 거기서 빼낸 인력은 스마트 팩토리와 연관된 핵심 분야 인력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자연감소 인원이 3~5%이므로 인력 재배치만 해도 고용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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