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용 인공위성. 미 항공우주국 제공

현대인에게 위성항법장치(GPS)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GPS에 기반한 내비게이션은 운전의 필수품이 됐고, 토목 건축 항공 교통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활용된다. 지도앱을 비롯해 스마트폰이 탄생시킨 수많은 정보기술(IT) 서비스도 GPS 기술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GPS는 미국 국방부가 군사용 목적으로 극비리에 개발한 기술이지만 1983년 민간에서 사용할 있게 됐고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무료로 쓰고 있다. 미국은 노후한 GPS 위성을 교체하는 등 시스템 유지ㆍ보수에 필요한 연간 수천억원을 부담한다. 이 같은 GPS 기술 개방은 269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칼(KAL)기 격추 사건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위키피디아 등에 따르면 GPS 기술은 2차 세계 대전이 치열했던 1940년대 초 지상 라디오항법체계에서 출발했다. 1960년대 미군은 인공위성으로 지구 전역을 대상으로 한 독자적 위치확인 시스템인 GPS 개발에 돌입했다. 1978년 2월 최초의 GPS 위성(Block-I)이 발사되며 GPS 기술은 본궤도에 올랐다.

1983년 9월 1일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앵커리지를 경유한 뒤 김포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보잉747)이 러시아 캄차카반도 상공에서 옛 소련 전투기에 격추당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승객 240명에 승무원 29명까지 269명 전원이 사망했다. 한국인이 105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인 사망자는 62명이었다. 항로를 벗어나긴 했지만 여객기를 격침한 소련에 전 세계인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은 국방부 등의 반대에도 GPS 기술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수십 개의 인공위성을 이용해 정확한 좌표를 찍을 수 있는 GPS가 있으면 항로 이탈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인류의 비극은 종종 기술 발전의 촉매로 작용했다. 뢴트겐이 1895년 발견한 X선은 제1차 세계대전 때 전장에서 군인의 골절상 진단에 활용되며 의료용 기술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초토화시켰던 원자폭탄은 2차 세계대전의 광기가 낳은 산물이다. 종전 뒤 1954년 옛 소련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를 지었고, 1956년 영국이 상업용 원전 건설에 성공하며 지구상에 원자력 발전이 본격화했다. 만약 2차 세계대전이 없었다면 그토록 빨리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려고 애쓰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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