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 전문가, 김현아 한국당 의원

여기 누르고 아니면 저기 누르고…
정부, 두더지 잡기식 부동산 대책
매물 품귀로 오히려 집값 급등
거래 터주고 실효적 공급책 없이
보유세 늘리고 주택대출만 조여
9ㆍ13대책 아쉬운 점 투성이
김현아 의원은 장인철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대담에서 “주택 거래의 숨통을 틔우고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 청사진을 제시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대근 기자

서울 등의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13일 또 한번의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놨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더 높이고, 주택담보대출을 더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고삐 풀린 부동산시장을 다잡아 정상화할 회심의 일격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정부 부동산정책은 이미 지난 1년 동안 일자리정책보다도 더 심각한 상태로 실패했다.

실패를 단정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엔 전국 가구의 약 49%인 982만7,000 가구가 산다. 그 중 자가 보유율은 50% 남짓(국토교통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년 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무려 16.4%나 치솟았고, 그 여파가 수도권 대부분으로 확산됐다. 결국 수도권에서 아직도 자기 집이 없는 줄잡아 490만 가구의 ‘내 집 마련 사다리’는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크게 훼손된 셈이다.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리려면 오른 집값을 적어도 이상급등 이전 수준까지라도 끌어내려야 한다. 하지만 정책만으로 집값을 끌어내리기는 어렵고, 늘 지지율과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권으로서도 감행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그러니 돌이킬 수 없는 실패가 됐다는 얘기다.

왜 이런 실패가 벌어졌고, 앞으론 어떻게 될 것이며, 더 심각한 실패를 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과 의견을 나눴다. 김 의원은 20년 이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부동산 문제에 천착해온 직능 비례대표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투기와의 전쟁’에서 출발했다. 전 정부의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이 서울 강남 등의 투기를 불렀다고 보고 부동산시장에 정부가 적극 개입해 집값을 잡겠다고 나선 셈이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돼 오히려 투기가 더 확산하고 집값은 날뛰게 된 건가.

“이 정부의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진단을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진단을 못할까. 제가 내린 결론은 시장을 객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프레임을 갖고 본다. 강남, 고가주택, 다주택자. 그 프레임만 갖고 정책을 펼친다. 그러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들이 나오고 있는 거고, 그걸 누르기 위해 또 규제하고 뭘 만들고 한다. 제가 이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두더지 잡기 게임’ 이란 표현을 썼다. 여기 가격이 오르면 누르고, 또 올라오면 누르는 식으로 하는데, 문제는 일관성도 없고 정책 부작용에 대한 예측도 없이 갈팡질팡하다 보니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거다. 종부세 각오하라고 잔뜩 겁을 줬다가 ‘물폭탄’만 날렸고,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라는 정책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면서 스스로 무력화시켰다. 수요억제를 위한 재건축규제 강화, 분양권 전매 규제, 양도세 강화 등의 조치는 매물 품귀 현상을 빚어 오히려 집값 급등을 부채질했다. 국토부 공무원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결국 현장과 괴리된 청와대 의지가 문제를 키웠다고 본다”.

-지금 서울 등 ‘미친 집값’의 사회ㆍ경제적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경제적으로는 너무 심각한 주거 고비용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의식주의 하나인 집에 지나친 고비용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또 부동산에 쏠리는 자금 흐름의 왜곡도 문제다. 지금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하고 산업 구조조정도 시급한데 자금이 보다 생산적인 것으로 흐를 수 있는 여지를 막고 있는 셈이다. 불황임에도 자금이 비생산적인 부문으로만 흘러 거품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거품경제 경로로 가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고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더 떨어뜨려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있다. 사회갈등이 증폭될 것이다. 집값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지방도 큰 문제다. 강남ㆍ북은 물론 서울ㆍ지방 간 집값 양극화도 심각한데 정부는 지방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지금껏 아무런 대책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서울 집값 급등세는 보유세 ‘물폭탄’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통개발’에 의해 촉발됐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건 계기일 뿐이다. 지금 서울ㆍ수도권 집값 급등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나.

“일단 유동자금이 많고 금리가 낮은 게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 또 하나의 구조적 상황은 부동산 말고 적절한 투자처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그건 현 정부 들어 규제가 많아지면서 기업활동이 위축된 측면도 있고, 우리 경제가 저성장으로 넘어가면서 새로운 혁신에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위험 부담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요컨대 돈이 갈 데가 없는 게 문제다. 개인이 부동산에 뛰어드는 현상도 중요한 원인이다. 초고령사회로 가지만 노인 일자리도 없고, 노후 사회보장이 잘 되어 있어서 수입 없이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똘똘한 부동산을 하나 잡아 임대수익을 가져가고 싶은 심리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본다. 그런 수요심리가 정부의 거래규제와 마찰하면서 오히려 강화됐다고 본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거래물량이 줄어드는 걸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는 거다.”

-정부든 여야든 ‘미친 집값’을 잡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집값을 잡는다’는 건 최근 이상 급등한 집값을 하락시키는 수준까지 정책이 가야 한다는 건가, 아니면 이미 오른 건 인정하고 더 이상 급등하는 걸 막는 정도를 말하는 건가.

“당장 집값을 끌어내리는 정책은 아무도 못쓴다. 주택 보유자들의 반발은 차치해도 방법이 마땅찮고, 설사 가능해도 부작용이 너무 커져버린다. 정책으로 가격을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무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시장을 어떤 쪽으로 가도록 유도할 수는 있는데 그대로 달성된다는 보장은 없다. 인위적으로 집값을 떨어뜨리는 정책이 성공한다 해도 가계대출 부실화부터 시작해 경제 전반이 굉장히 어려워진다. 지금 제가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은 안정화다. 그거라도 달성해야 한다. 그렇게 되고 거래의 숨통을 점차 틔워주면 지금 가격은 과도한 기대감 때문에 오른 거라 조금씩 꺼져 내려갈 여지는 있다고 본다.”

-정책으로 가격을 움직인다는 게 무모하다는 김 의원 말처럼, 많은 이들이 ‘부동산 문제도 결국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기와 작전이 난무하는 현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다고 본다. 주택이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자산이라면 가격 관리를 위한 정부의 적절한 개입은 불가피하다고 보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주의’라면 그저 천박한 자유방임주의 정도로 치부하고, 빈익빈 부익부를 방치하자는 얘기로 몰아가려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저는 시장주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익을 위한 정책을 추구하되, 시장과 싸우기보다 시장의 흐름을 이용하는 방식도 가능하고, 그런 걸 건강한 시장주의로 본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과 싸우는 수요억제책이나 강남 프레임만으로는 지금의 부동산문제를 결코 풀 수 없다. 투기억제를 하더라도 국민의 주거욕구,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 청사진을 함께 내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이미 오른 집값을 떨어뜨리긴 어렵다는 말은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 최근 집값 급등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7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2분기 도시근로자 가구 연평균 소득은 약 6,000만원이다. 연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이 10을 넘는다. 내 집 마련의 꿈에서 한참 더 멀어진 집 없는 서민, 청년층이 입은 잠재적 피해는 어디에 호소해야 하나.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저로서도 딱하다. 청와대가 대답해야 한다고 본다. 큰 애가 대학생인데 엊그저께 ‘엄마 요즘 집값 어떻게 되는 거야? 나도 집 가질 수 있는 거야?’라고 물었다. 그만큼 불안감이 확산돼 있다는 얘기다. PIR로 보면 서울 집값 평균이 5억원쯤이 적정한 것 아닌가 싶다. 20% 내외 자기 돈 갖고 나머지 대출 받아 20년 이상 상환조건으로 무리 없이 갚아나갈 수 있는 선이라고 본다. 다만 서울 집값만 중요한 건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 강남 집값 끌어내려도 국민 전체의 주거여건에 별 도움 안 된다. 주택정책의 기본은 모든 국민이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 괜찮은 여건이 갖춰진 양질의 주택을 적정한 가격으로 사거나 임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본다. 지금부터라도 그런 주택공급 청사진을 마련하고, 교통망 등 합당한 인프라를 개선하는 쪽으로 정책을 보강하는 게 중요하다.”

-현 단계에서 김 의원에게 부동산정책을 추진하라고 한다면 어떤 정책을 시행하겠나. 또 같은 맥락에서 오늘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저는 일단 책임자를 바꿀 것 같다. 이건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는 게 최우선이다.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부동산시장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부동산투자에 대한 교육이 엄청나게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정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법을 피해가고 이익을 좇는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걸 어떻게 칸막이를 쳐서 투기로만 관리할 수 있겠나. 그렇지 않다. 나 같으면 투기 관리와 별도로 양도세 부분 완화 등으로 주택거래의 숨통을 틔워주고 지나치게 강화된 재건축규제를 완화시켜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책을 보강하겠다. 그런 면에서 ‘9ㆍ13 부동산대책’은 여전히 아쉬운 점 투성이다. 거래를 터주거나 실효적 공급책은 없이 보유세와 주택대출을 조였는데, 생각보다 효과를 낼 만큼 강력해 보이지도 않는다. 답답하다.”

인터뷰=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사원)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