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2미국 민주당 진보정치의 샛별로 떠오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뉴욕 14선거구 하원 후보가 유권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코르테즈 후보 트위터

지난주 미 의회 상원 법사위에서 진행된 브렛 캐버노 연방 대법관 지명자 청문회는 미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현재 미국 대법원은 진보와 보수 성향 대법관 숫자가 같아 캐버노 지명 여부에 따라 보혁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 여성의 낙태권을 부정한다는 의심을 받는 캐버노 지명자에 반대하는 여성단체의 시위와 청문회 연기를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고함 속에 가까스로 진행된 이번 청문회에선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제2의 오바마’를 꿈꾸는 뉴저지주 흑인 상원의원 코리 부커가 그 주인공.

부커 의원은 청문회 셋째날인 6일 캐버노 지명자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법률고문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작성한 인종문제를 다룬 이메일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회법에 따르면 의원만 이메일을 열람할 수 있고 이를 공개하면 처벌을 받지만 부커 의원은 “국가안보 관련 문서도 아닌데 왜 공개하지 못하느냐. 처벌 받으라면 받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 되고 싶다고 법을 어겨도 되느냐”, “무책임하다”며 비꼬았지만, 동료 민주당 의원들의 “용감하다” 는 격려를 받은 부커 의원은 이메일을 전격 공개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윤리위에 회부하겠다고 압박하자 그는 오히려 “할 테면 해보라(bring it)”며 맞섰다. 논란은 커졌지만 그는 일약 반(反) 트럼프 목소리를 웅변하는 전국구 스타가 됐다. 그리고‘해보라’는 말은 이제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민주당 중도파로 분류되는 부커 의원이 ‘스파르타쿠스’를 자처하며 이런 모험을 감행한 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요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선명한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을 기대하는 게 민주당의 바닥정서란 얘기다. 이미 이같은 흐름은 지난 6월 뉴욕시 하원 예비선거에서 극적으로 분출됐다. 바텐더 출신의 28세 라틴계 여성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가 10선 현역의원인 조셉 크롤리를 누른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도 깜짝 놀랄 정도의 이변이었다. 미국 최대 사회주의자 단체인 민주사회주의 연합(DSA) 회원인 코르테즈는 2016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대선캠프에서 일한 이력이 보여주듯 건강보험(메디케어) 대상 확대 및 보장성 강화, 이민세관단속국(ICE) 폐지, 저소득층 주거비용공제 확대 같은 진보색채가 뚜렷한 공약을 내걸고 있다. 지난 4일 매사추세츠주 하원 예비선거에서 보스턴시의원 출신 흑인 여성 아예나 프레슬리가 10선 의원인 마이클 카푸아노를 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레슬리는 승리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며 직격탄을 날렸는데, 역풍을 맞을까 민주당 지도부가‘탄핵’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했던 올해 상반기의 분위기와는 영 딴판이다.

언론은 이런 민주당의 급진적 후보들을 요즘 ‘허브(herbal) 티파티’로 부르기도 한다. 8년 전인 2010년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 7명, 하원의원 17명, 주지사 4명을 당선시키는 등 공화당에 대승을 안겨준 티파티의 민주당 버전이라는 의미에서다. 더이상 힐러리 클린턴 같은 중도 후보로는 독불장군 트럼프와 맞설 수 없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위기의식이 드러난 결과다.

“허브 티파티의 득세는 감정적 진보주의의 승리임에 분명하지만 타협의 정치를 불가능하게 한다. 티파티의 감정적 보수주의와 같은 결과를 낳을 것”(워싱턴포스트)과 같은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당을 분열시킨다. 목소리만 크지 문제해결 능력은 없다”민주당 내부의 견제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맞다. 하지만 트럼프가 상징하는 우파 포퓰리즘의 대안을 찾고 싶어하는 이들, 트럼프가 추락시킨 미국의 도덕과 윤리를 회복하고 싶은 미국인들에게 이들은 또하나의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미국을 좀더 왼쪽으로 끌고 가고 싶다는 진보의 티파티들이 미국 정치를 뒤흔들 돌풍이 될지, 찻잔 속 태풍으로 사그라질지 흥미진진하다.

이왕구 국제부 차장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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