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No Kids Zone)이 늘어난다더니 정말 도심 카페나 식당에서 ‘어린이 출입금지’ 팻말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노키즈존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어린이’에 한정해 본다면 결국 이것 아닐까. 공공장소에서 어린이가 지켜야 할 규범은 어디까지인지, 어른이 어린이에게 배려해야 할 정도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그 경계선을 저마다 다르게 긋는 것.

그러니 노키즈존은 단지 어린이의 식당 출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양육 철학과 방식, 어린이와 어른의 관계, 어린이의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일이다. 가정에서의 어린이가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어린이에 대한 시선과 태도의 문제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사회는 어린이와 함께 외출하기 그리 편한 편은 아니다. 어린이를 동반하고서는 어쩔 수 없다고 여겨왔지만 북미를 여행하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다. 그곳에선 어린이 덕분에 많은 배려와 우대를 받아 오히려 어른만 다녔다면 더 불편했을 듯한 생각마저 들었다.

시스템뿐 아니라 사람들의 태도가 그랬다. 대개 우리는 시각 장애인이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발견할 경우 내 걸음을 간수하며 무언가 도움의 태세를 갖춘다. 그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들 앞에서 바로 그런 태도를 보여주었다. 평소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지나치던 사람들이 어린이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어 속수무책일 때 산타클로스처럼 나타났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던 중년 여성은 길에서 우는 어린이를 보더니 걸음을 멈추고 자기 개를 만지면 행복해질 거라 말했다. 어린이는 털이 북슬북슬한 리트리버를 잠시 쓰다듬고는 엄마의 무능이 무안할 정도로 금세 행복해졌다. 어린이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다 불현듯 나타나는, 거리의 수많은 보조양육자들 덕분에 훨씬 편안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여정이었다.

시청률이 높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어린이가 등장하고 사랑받는 사회에서 갈수록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현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게다가 외국의 노키즈존이 12세 미만 어린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데 비해 노키즈존의 제한 연령이 5세, 8세, 12세 등등으로 제각각인 점은 외국과 우리의 노키즈존 운영 철학과 운영 이유가 다르다는 걸 알려준다. 나이 제한이 제각각인 우리 사회의 노키즈존은 업장만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운영 원칙이라기보다는 어린이가 얼마나 성가실지 아닐지를 따지는 배제의 원칙처럼 여겨진다. 텔레비전의 어린이만큼 현실의 어린이가 사랑받지 못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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