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제출한 비준동의안에
내년 추가 비용 2986억만 적시
野 “기하급수적 전체 비용 숨겨”
#
정부, 남북관계 변동성 감안해도
중장기 예산 인색한 설명 ‘빈축’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판문점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에 첨부된 비용추계서를 두고 공방이 뜨겁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필요한 전체 비용을 감추고 내년 추가 비용(2,986억원)만 적시한 것은 국회 비준을 강행하기 위한 ‘꼼수’라는 보수언론과 야권의 지적에 대해, 정부는 남북관계에 따라 남북교류ㆍ협력이 유동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년짜리 예산안을 제출하는 게 당연하다며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통일부가 제출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철도ㆍ도로ㆍ산림협력 등을 위해선 기존 남북협력기금에서 편성한 1,726억원에 더해 2,986억원이 내년에 추가로 소요된다. 통일부는 그러면서 “연도별 비용추계는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의견을 달았다.

이에 대해 야권은 전체 사업규모조차 밝히지 않은 부실한 비용추계서라며 비준동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이날 “정부가 제출한 비용추계에는 내년 예산만 담았기 때문에 현재는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 같지만 판문점선언 이행을 계속하면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국회 예산정책처에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비용추계를 별도로 의뢰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논란을 의식해 고의로 1년치 예산만 추계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통일부가 2008년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 등에게 ‘10ㆍ4선언 합의사업 소요재원 추계’ 자료를 제출하면서 전체적으로 14조 3,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보고한 전례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추계 기간이 짧은 것은 사실이다. 국회 규칙인 ‘의안의 비용추계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비용추계 기간은 해당 의안 시행일부터 5년으로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과도 배치된다.

하지만 정부의 반론도 일리는 있다. 지금 남북관계는 북미 간에 진행되는 비핵화 협상에 연계돼 있어 매우 유동적이며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장기 전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북 협의 등 사전 단계를 거쳐야만 구체적 재정 소요가 나올 수 있다”며 “현 단계에서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면서 들어갈 재정 소요를 전부 추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전체 비용을 숨긴 게 아니라는 얘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당시 윤상현 의원에게 제출한 것은 이번처럼 비준동의안에 첨부된 공식 비용추계서가 아니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시엔 비공식적으로 담당 직원이 추계해 (의원실에)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보통 국회에 예산을 제출할 때는 5년으로 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규칙은 훈령 같은 성격이지 (반드시 그렇게) 하라는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북관계 국면의 변동 가능성을 감안하고라도 국회에 중ㆍ장기 예산 수요를 전혀 설명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판문점선언에 소요되는 비용을 두고 불거질 논란을 너무 의식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당초 전날 국무회의가 열리는 오전 10시를 전후해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가, 예정보다 8시간가량 지연된 오후 6시쯤 자료를 ‘뒷북’ 공개한 것도 이런 부담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