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관람객이 12일 개관한 서울 종로구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해 그 당시 가옥 안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땅 속에 묻혀 있던 조선 초기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600년의 역사가 서울 종로 한복판인 공평동에서 깨어났다.

서울시는 종로구 공평동 센트로폴리스 지하 1층 전체를 ‘공평도시유적전시관’으로 만들어 문을 연다고 12일 밝혔다. 이 건물의 신축 과정에서 발굴된 건물 터와 골목길, 1,000여점이 넘는 생활 유물을 보존한 일종의 ‘현장 박물관’이다. 연면적 3,817㎡로, 서울 최대 규모 유적 전시관이다.

관람객은 전시관의 투명한 유리 바닥과 관람 데크를 따라 걸으면서 발 아래로 펼쳐지는 16, 17세기 건물 터와 골목길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수백년간 사용된 골목길 42m는 관람객이 실제로 걸어볼 수 있도록 했다.

또 각각 다른 형태의 집 터 3개를 복원해 조선시대 한양에 어떤 집이 있었는지 체험해볼 수 있다. ‘전동 큰 집’이라고 이름 붙인 집 터 앞에는 당시 가옥을 1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모형을 뒀다. ‘골목길 ㅁ자 집’ 터에서는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디지털로 복원된 집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이문안길 작은 집’은 집 터 내에 실제와 동일한 크기로 가옥을 재현했다.

청동화로, 거울, 일제강점기 담배 가게 간판 등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 1,000여 점도 만날 수 있다. 인근 청진동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 20점도 함께 전시된다. ‘참조기 이석’ 등 한 곳에서 다량 출토된 생선 뼈를 통해 한양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즐겨 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도심 재개발 과정에서 개발과 보존의 공존을 유도한 민관 협력 정비 사업 모델의 첫 사례다.

2015년 공평동 정비사업 중 도로 골목 집터 같은 매장 문화재가 대규모로 발굴되자 서울시가 문화재를 보존하면 건물 용적률을 높여줘 손실을 보전해주겠다고 제안했고, 민간 사업시행자가 이를 받아들였다. 당초 용적률은 999%로 건물 A동을 22층, B동은 26층으로 지을 수 있었으나 용적률 인센티브 200%를 받아 A동과 B동 모두 26층으로 올렸다.

서울시는 이처럼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방식을 ‘공평동 룰(Rule)’로 이름 붙여 앞으로 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굴되는 매장 문화재 관리 원칙으로 삼을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결정과 민간 사업시행자의 협력으로 도시 유적과 기억을 원래 위치에 전면적으로 보존한 도시박물관이 조성됐다”며 “도시정책의 선례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시에 기부채납돼 한양도성박물관 청계천박물관 백인제가옥 돈의문전시관과 같이 서울역사박물관 분관으로 운영된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의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관람료는 무료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 1월 1일은 휴관한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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