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000회로 중단
12월까지 100회 한정 공연
내용은 그대로, 음악만 바꿔
12일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 재공연 기념 행사에 참석한 배우 장현성(왼쪽부터), 김윤석, 설경구. 이들은 모두 '지하철 1호선' 무대에 올랐던 학전 출신 배우들이다. 극단 학전 제공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무대 조명이 꺼질 때마다 객석에서는 엄청난 환호와 갈채가 쏟아졌다. 10년 만에 운행 재개를 알린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기다려 온 관객들의 함성이었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 객석에는 영화배우 설경구 김윤석 장현성 배해선 등 낯익은 얼굴들도 있었다. 이날 소극장을 찾은 설경구는 “첫 주말 관객이 많이 들었다는 소식에 세상은 바뀌었어도 이전의 정서는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했다”며 “한국의 ‘지하철 1호선’은 김민기 선생님을 닮았다. 이 작품의 매력은 김민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은 독일 그립스 극단의 작품을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번안하고 연출한 한국 창작뮤지컬이다. 중국 옌볜에서 온 선녀의 눈으로 가출소녀, 잡상인, 노숙인 등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간 군상을 풍자와 해학으로 그린다. 1994년 초연부터 2008년 공연을 중단할 때까지 4,000회 무대에 올랐다. 그립스 극단이 내년 50주년을 맞아 공연을 초청하면서 12월까지 100회 한정 공연이 다시 시작됐다.

학전 '지하철 1호선' 재공연을 기념해 열린 원작자 폴커 루트비히와 작곡가 비르거 하이만의 흉상 동판 제막식. 김민기(오른쪽에서 두 번째) 학전 대표와 루트비히(오른쪽에서 세번째) 극작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극단 학전 제공

학전블루 소극장 외벽의 김광석 흉상 옆에는 ‘지하철 1호선’ 원작자인 폴커 루트비히와 작곡가 비르거 하이만의 흉상 동판도 함께 자리하게 됐다. 이날 흉상 제막식에 참여한 후 공연까지 관람한 루트비히는 “‘지하철 1호선’은 우리가 사는 도시의 하층민들의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이 도시를 사랑한다는 프로포즈 같은 느낌으로 쓴 작품”이라며 “독일 작품을 그대로 가져왔다면 베를린을 위한 작품이 됐을 텐데 김민기 대표의 훌륭한 번안으로 서울시민을 위한 작품으로 탄생했다”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 줄거리는 1998년 IMF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한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공연 조연출로 참여한 김은영 연출가는 “요즘 뮤지컬 분위기에 맞추려다 보면 이 작품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당시 시대만이 표현할 수 있는 향수를 그대로 가져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가수 겸 음악프로듀서인 정재일이 음악감독을 맡아 음악을 변화시켰다. 루트비히는 “이전에는 록 뮤지컬의 색채가 강했다면 이제는 아닌 것 같다”며 “특히 색소폰을 바이올린으로 바꾼 편곡이 너무나 성공적이었다”고 평했다.

내용이 오늘날 정서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음에도 ‘지하철 1호선’은 작품성 이상의 의의를 지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외국 작품을 우리의 이야기로 소화하고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우리의 뮤지컬은 어때야 하는지 보여준 작품”(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이기 때문이다. 배우 배해선은 “우리의 가장 열정적이고 뜨거웠던 시기의 한 칸이 담긴 작품으로, 어떤 공연과도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김윤석은 “라이브밴드가 소극장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연주하면서 배우들과 성장해 왔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2008년 4,000회를 끝으로 잠시 공연을 중단했던 '지하철 1호선'이 운행을 재개했다. 극단 학전 제공

11인의 배우가 80여 가지의 배역을 소화해야 하는 ‘지하철 1호선’은 배우 양성소로 일컬어졌다. 설경구 김윤석 장현성 황정민 조승우는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 이번 공연은 85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신예배우들이 이끈다. ‘지하철 1호선’의 재공연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거쳐간 배우들이 단일 배역으로 깜짝 출연한다. 김원해 방은진 배해선 장현성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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