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추진단 작년 8월부터
노동조건 개선 방안 모색했지만
우정사업본부 반대로 합의 못해
근무 중 교통사고 과로사 자살 등
올해 들어서만 15명이나 숨져
8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집배노조가 토요택배 완전 폐지와 인력충원을 촉구하는 우정사업본부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집배노조 제공

올해 들어서만 근무 중 교통사고, 과로사ㆍ자살 등으로 15명의 우체국 집배원이 숨졌다. 2017년엔 15명, 2016년엔 6명이 사망했다. 민주노총 산하 집배노조는 매년 끊이지 않는 집배원 과로사의 원인으로 ‘토요택배’를 지목했으나, 우정사업본부는 정규직을 제외한 비정규직에게 토요일 근무를 몰아주는 폭탄 돌리기로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집배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기획추진단의 인력충원 권고안 역시 사측의 반대로 확정조차 못하고 있다.

토요택배는 2014년 7월 주5일제 도입과 맞물려 폐지됐다가 약 1년 만인 2015년에 재개됐다. 당시 우정사업본부는 재개 이유에 대해 “민간 택배업체가 토요일 택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우체국만 중지하면서 토요일은 물론 전체 물량이 급감해 우편사업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통상 우편물의 지속적 감소로 우편사업이 매년 적자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세입확보 차원에서 택배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토요택배를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 역시 토요택배를 없애긴 힘들다는 데 동의한다. 정규직인 우정직 집배원들로 이뤄진 한국노총 산하 우정노조의 김명환 위원장은 “토요택배를 전면 폐지하면 최악의 경우 급여 미지급 사태와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며 “토요택배는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했다.

관건은 그렇다면 토요택배를 누가 맡아야 하느냐다. 우체국에서 배달 업무를 맡는 집배원의 신분은 제각각이다. 12일 우정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체국에서 배달 업무를 맡은 이들은 총 1만8,500명으로 이 중 정규직인 우정직 집배원은 1만3,500명 가량, 그리고 2,500명 가량은 비정규직 상시계약집배원, 또 2,500명은 위탁배달원이다.

정규직 집배원들은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고 있어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최근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우정사업본부 측이 내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주52시간 단축을 약속한 상태다. 비정규직인 상시계약집배원은 우편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적용 받아야 한다. 결국 토요택배에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은 위탁배달원뿐이다. 우정사업본부는 토요일 택배 물량을 이들 위탁배달원을 고용하는 도급업체에 넘기는 협약을 정규직 노조인 우정노조와 올해 5월 체결한 상태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일단 정규직을 제외한 비정규직들로만 토요근무를 운영하고 있다. 비정규직 집배원들을 포괄하는 민주노총 산하 집배노조 최승묵 위원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던 업무를 위탁배달원들이 떠맡게 되면서 이들의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탁배달원이 감당할 물량은 늘어났지만, 필요 인력을 추가 채용해주겠다는 약속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8월 노ㆍ사ㆍ전문가 합동으로 출범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의 권고안을 반영하겠다면서 인력 충원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러나 정작 기획추진단은 예정됐던 활동 기한(올해 6월까지)을 훌쩍 넘기고도 인력 채용 규모와 방식에 대한 노사 이견으로 최종보고서를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 노사 합의가 미진한 사이 택배 배달물량이 폭증하는 추석 특별소통기가 시작되면서 집배원들의 과로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허소연 집배노조 선전국장은 “집배원들의 죽음이 반복되는데도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당장 추석이 걱정”이라며 “우정사업본부는 방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기획추진단 노조와 전문가의 권고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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