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신화통신

중국이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안보상으로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지만 최근 미국으로부터 ‘무역전쟁’ 압박을 받는 일본과 손을 잡음으로써 동북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중국 관영매체와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경협 확대와 정상 상호방문 추진 등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또 한반도의 비핵화가 양국 공통의 목표라는 점에 공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양국은 평화롭고 안정되고 번영된 아시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굳건히 수호하고 개방형 세계경제 구축을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도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려 동북아 평화ㆍ번영의 초석을 구축해가고 싶다”고 화답했다.

중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모호한 태도, 동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등을 이유로 대일 관계 개선에 소극적이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화해 제스처를 보내온 일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사실상 일본이 일방적으로 구애를 하는 양상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은 일본과의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명분으로 관계 개선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지난 5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일본을 찾아 한ㆍ중ㆍ일 정상회담을 재개한 데 이어 최근엔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상공회의소 회장 등 일본 재계 인사들을 대거 초청했다. 시 주석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내달 23일 아베 총리의 방중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연내 방일 또는 내년 6월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국빈방문을 약속했다.

중국은 특히 일본과 경제분야 협력을 최우선 목표로 삼으면서 미국을 겨냥하는 모습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 주석과 리 총리 모두 아베 총리로부터 일본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상 참여 의지를 확인했고, 일본 재계 대표단의 방중 때도 미국의 보호주의 반대와 자유무역에 공감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번 회담에서도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현안인 지적재산권ㆍ기술혁신 등을 집중 논의했고, 동중국해를 ‘평화ㆍ우호ㆍ협력의 바다’로 만들자고 선언하는 등 갈등 현안은 뒤로 미뤘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이 미국의 다음 무역전쟁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면서 “중국은 일본과의 경협을 배경으로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더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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