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대나무 빨대, 나무 칫솔... 플라스틱 없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대체 용품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스테인리스 식기, 나무 칫솔, 면 생리대, 비즈왁스 랩, 천연 수세미.
종이와 대나무, 스테인리스, 유리 소재 빨대를 배치해 촬영한 ‘#플라스틱제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등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의미를 담았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플라스틱제로’ ‘#제로웨이스트’ 선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나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지키고 사람을 살리자는 취지다.

플라스틱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세상에서 플라스틱을 배제한 삶은 불편과 고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고난의 길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플라스틱 빨대 대신 대나무 빨대를 고집하는 사람들, 플라스틱을 쓰지 않아 생기는 불이익보다 자연을 위해 착한 일을 하는 뿌듯함이 더 크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1 다회용 빨대

장윤미(27)씨는 7월 초 인터넷 쇼핑몰에서 스테인리스 빨대 4개와 세척 솔로 구성된 세트를 9,900원에 구입했다.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바다거북 영상을 본 직후였다.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겠다는 다짐은 일회용 컵이나 비닐봉지를 피하는 습관으로 발전했고 이제는 바다거북에 대한 죄책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빨대를 세척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 점은 늘 아쉽다. 장씨는 “카페에 빨대나 텀블러를 세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나무 빨대를 쓰는 최하은(21)씨 역시 플라스틱 제로를 향한 길이 “절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좋은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나”라고 반문했다. 최씨는 “빨대 하나에 2,000~3,000원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가볍고 부드러운데다 특유의 나무 냄새도 좋다. 다만, “버블티나 스무디를 마실 수 있을 만큼 구경이 큰 제품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스테인리스와 대나무 재질의 다회용 빨대] 최근 들어스테인리스를 비롯해 대나무나 유리, 종이 등 플라스틱 빨대를 대신할 다양한 재질의 빨대가 등장하고 있다. 장윤미ㆍ 최하은씨 제공
[면 생리대] 면 생리대를 사용한 지 한 달째 된 백미리(31)씨는 “세탁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망설였지만 생각보다 간편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백미리씨 제공
[면 생리대] 6개월 전부터 면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주씨는 “적지 않은 비용과 정성이 필요하지만 잘 관리하면 몇 년간 쓸 수 있어 일회용 제품보다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2 면 생리대

요가 강사 이유주(28)씨는 6개월 전부터 면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다. 이씨는 “일회용 생리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접착제나 방수 재질, 포장 비닐 등 오염 물질로 인해 환경이 나빠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입게 된다”며 “내 몸만큼 환경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면제품 사용을 결심했다”고 했다. 10만원 정도 되는 초기 구입 비용이 만만치 않고 사용한 생리대를 손가방에 다시 넣어야 하는 등 불편한 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씨는 “생리 자체가 불편한 일이고 17년간 그로 인해 겪은 고초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자연에 착한 일 하나 더 한다는 뿌듯함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3 나무 또는 생분해 플라스틱 칫솔

농촌에 거주하는 김민영(37)씨 가족은 분리배출이 쉽지 않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3개월 전부터 나무 칫솔을 쓰기 시작했다. 개당 5,000원 정도로 일반 칫솔에 비해 2배 이상 비싸지만 다 쓰고 나면 땅에 묻을 수 있다는 점이 끌렸다. 하지만 칫솔모가 잘 빠지고 손잡이에 곰팡이가 잘 스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자연상태에서 분해가 잘 되는 생분해 플라스틱 칫솔을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김씨는 “일반 플라스틱 칫솔보다 디자인이나 기능성이 다소 떨어지고 가격도 비싸지만 나무 칫솔보다는 실용적이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나무 칫솔] 환경을 생각하면 나무 칫솔만한 게 없지만 칫솔모가 잘 빠지고 곰팡이가 슬 위험이 높아 사용상 주의가 필요하다. 김민영씨 제공
[스테인리스 식기] 얼마 쓰지 않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에 비해 스테인리스 제품은 오래 써도 변형이나 냄새 배임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백미리씨 제공
#4 스테인리스 식기

“깨지거나 녹슬지 않아 오래도록 버리지 않아도 되니 환경에 좋다. 특유의 멋스러움도 있고 쓸수록 손에 익어 애착이 생긴다.” 워킹맘 백미리(31)씨는 스테인리스 예찬자다. 백씨는 올해 초 환경 관련 책을 읽고 나서 식기와 텀블러, 빨대는 물론 대야와 빨래집게까지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바꿨다. 가정에서 쓰는 모든 플라스틱 제품을 스테인리스로 바꾸고 싶었지만 제품이 다양하지 못해 아쉬웠다. 백씨는 “스테인리스가 플라스틱보다 3~4배 비싸지만 한번 구입하면 10년 넘게 쓸 수 있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플라스틱을 줄이려고 구입한 스테인리스 제품이 에어캡 같은 비닐 포장에 쌓여 배송되는 경우는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5 나무 장난감

두 자녀를 키우는 강민희(33)씨는 2년 전 생분해 플라스틱이 일상화되기 전까지만이라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그 첫 시도는 나무 칫솔이었고, 두 번째가 아이들의 플라스틱 장난감을 처분하고 나무 장난감을 구입하는 일이었다. 강씨는 “장난감을 나무 소재로 바꾸면서 아이들에게 버려진 플라스틱이 지구를 오염시키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가족 모두가 환경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나무 장난감] 나무 장난감은 플라스틱에 비해 가격이 비싼 대신 아이들이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강민희씨 제공
[비즈왁스 랩] 자투리 면 원단에 비즈왁스(밀랍)를 코팅한 밀랍 랩은 집에서도 쉽게 만들어 쓸 수 있다. 홍주야씨 제공
||| #6 비즈왁스 랩

주부 홍주야(44)씨는 얼마 전 해외 유튜브 영상을 통해 비즈왁스(밀랍) 랩 제조법을 배웠다. 요리하고 남은 채소를 비닐 랩이나 플라스틱 용기 대신 보관할 방법을 찾던 중이었다. 홍씨는 “집에 있는 자투리 면 원단을 활용하면 13,800원짜리 밀랍 250g으로 랩 25장 정도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랩 한 장 만드는 데 필요한 밀랍이 10g 정도이므로 장당 원가는 500원꼴이다. 밀랍 랩은 물에 살짝 씻어 말리면 재사용이 가능하고 환경호르몬 걱정도 없지만 비닐 랩보다 밀착력이 떨어져 음식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기는 어렵다. 녹는점이 낮아 전자레인지에 사용할 수 없는 단점도 아쉽다.

#7 천연 수세미 및 고체 세제

“아크릴 소재 수세미가 세균에 강하다는 말에 뜨개질로 직접 만들어 썼는데 아크릴도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쓰지 못했다.” 얼마 전 고민 끝에 천연 수세미를 구입한 강미연씨는 “장점이 생각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강씨는 “말린 수세미 열매를 통째로 구입한 후 잘라서 쓰니까 개수 대비 가격이 저렴한 데다 기름기가 많지 않은 식기는 수세미만으로도 뽀드득하게 닦을 수 있어 세제 사용량도 확 줄었다”고 했다. 탄 음식이 눌어붙은 프라이팬의 경우 한참 불린 후 힘껏 문질러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작은 행동으로 환경을 지킨다는 만족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천연 수세미와 함께 비누 형태의 고체 세제를 사용하는 강민희(33)씨는 “둘의 궁합이 최고다. 특히, 고체 세제는 담아 놓을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으니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천연 수세미] 말린 수세미 열매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쓰는 천연 수세미. 강미연씨 제공
[삼베 실 수세미와 고체 세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삼베 실로 만든 수세미와 고체 세제를 쓰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강민희씨 제공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혜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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