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북 특사단에게 한 말을 뜯어보면 그가 비핵화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의지 표명에서 전략적 결단으로 한 단계 발전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결정에 관한 자신의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동시행동 원칙이 준수된다면 좀 더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들을 취할 용의와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조건부이긴 하나 김 위원장의 진전된 입장이 눈길을 끈다.

비핵화 회의론은 여전히 팽배하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의 결단을 어느 정도 신뢰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듯하다. 특히 그의 의지와 결단이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총력을 쏟는 게 최대 과제다. 그래서 정부도 다음주 남북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비핵화 진전과 북미간 교착상태 타개를 상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특사단 방북 때 북측도 합의한 의제라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어느 때보다 희망과 기대감을 높여 준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해결 과정에 남측의 역할을 더 많이 기대하는 것 같고,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 시 비핵화 진전을 위한 남북협력 방안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이 비핵화는 미국과의 문제라며 우리 정부와의 대화를 외면해온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의 발언은 ‘격세지감’이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모든 요소들을 비핵화와 연계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과 국내 여론의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상간 합의는 지속성과 실효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실천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다. 가능하면 김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를 향해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비핵화 의지와 결단을 밝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나갈 필요도 있다. 이런 과정은 그의 비핵화 의지와 결단에 대한 국내외적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핵화 과정은 결국 남북 간, 북미 간 신뢰구축의 과정이다. 그동안 북한은 핵미사일 시험 중단, 핵과 미사일 시험시설 해체, 미군 유해송환 등 선제적 조치로 나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비핵화 회의론을 불식시키려면 북한측이 더 많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나가야 한다.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여러 정치적 어려움으로 운신의 폭이 매우 좁은 상황이다. 이런 처지를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먼저 또 한 번의 담대한 결단과 통큰 양보를 보여줘야 신뢰회복과 경제성장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그간 고비 때마다 보여준 대담하고 통큰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런 시나리오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김 위원장으로서는 3차 남북정상회담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의 최대 숙원사업인 미국과의 70년 적대관계의 해소 여부가 결정될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그간의 신뢰와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어한다. 이는 문 대통령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김 위원장도 자신의 비핵화 결단이 올바른 판단이라는 것을 북한내 권력층과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남북, 미국 세 정상의 이해관계는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런 드문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그야말로 모두에게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정치적, 경제적 제약으로부터 탈출해 북한 역사뿐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역사를 쓴 주인공으로 남게 되기를 바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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