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걸 전 기조실장 ‘강제징용 소송 지연’ 의혹 조사
‘통진당 문건 전달’ 김현석 현 수석연구관도 검찰 조사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재판거래 등 여러 의혹에 연루된 전ㆍ현직 고위법관들을 잇달아 소환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2일 오전 10시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이민걸(57)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시켰다. 이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재판 지연과정에 외교부 관계자들과 협의했느냐’, ‘공보관실 예산을 전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질문에 “검찰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 부장판사는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법원 기조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긴밀하게 협의를 이어가면서 ‘재판거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부장판사가 2016년 9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 함께 외교부를 찾아가 재판 진행방향 등을 논의한 정황을 확보한 상태다.

또 이 부장판사는 법원 내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활동을 축소시킬 목적으로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 조치를 시행하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양승태 사법부가 추진하던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비쳤고, 제왕적 대법원장 제도 개혁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법원행정처가 조성한 ‘비자금’이 기조실장 재직 당시 어떻게 운용됐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김현석(52) 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도 이날 오전 11시쯤 검찰에 소환됐다. 김 수석연구관은 선임연구관으로 재직하던 2016년 6월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한 문건을 유해용(52) 당시 수석연구관(현 변호사)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김 수석연구관은 ‘대법에 계류 중이던 사건과 관련된 문건을 전달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냐’ 등 질문에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는 말만 거듭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쯤 유 변호사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유 변호사는 옛 통진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 청와대 관심사건에 대해 작성된 행정처 문건이 실제 대법원 재판부에 전달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유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측의 특허소송 관련된 정보를 불법 수집해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유 변호사의 대법원 기밀문건 반출과 파기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유 변호사은 올해 초 퇴직하면서 들고 나간 재판연구관 보고서 등 문서 수만건을 들고 나갔는데, 법원이 세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는 사이 모두 파기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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