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경제포럼서 올해 3번째 회담

북핵ㆍ무역전쟁 등 美 견제 메시지

그림 1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결속을 과시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외교ㆍ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러시아와의 밀월 관계를 부각시킴으로써 ‘미국 견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1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12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한다. 시 주석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올해 들어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 방안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포함한 주요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러는 지난주 ‘중국ㆍ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일정을 감안해 러시아가 EEF 개최 일정을 일주일 가량 연기한 데에서 보듯 양국 간 밀착을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실제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선 미중 무역전쟁으로 압박을 받는 시 주석이, 마찬가지로 미국의 제재에 시달리고 있는 푸틴 대통령과 다시 만나 중러 양국의 대미 전략을 재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시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 불안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북미 간 북핵 협상 지연에 따른 책임론에 휩싸여 최근 방북이 무산된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도 미국의 제재 강화로 루블화 환율이 2년 반만에 최고로 뛰는 등 불안이 커지고 있어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브로맨스’를 과시하며 총 1,000억달러(약 112조원) 규모의 합작프로젝트 추진,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와 러시아 주도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간 협력사업 확대, 일방주의ㆍ보호주의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6자회담 당사국들의 참여 강조 등에 한 목소리를 낸 건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마침 러시아는 이날부터 육ㆍ해ㆍ공군 30여만명이 참여하는 냉전시대 이후 최대규모의 전략훈련을 시작했고, 중국도 3,000여명의 인민해방군을 합류시켰다. 이를 두고 중러 양국이 군사ㆍ안보 분야에서도 대미 공동전선을 펼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모두 미국의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큰 만큼 이번 EEF는 내용 자체보다 중러 정상 간 회동이 훨씬 더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 “대미 전략 측면에서 양국의 공동행보가 어디까지 이뤄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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