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준동의안 국회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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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27선언 채택 138일 만에 편성키로
2986억 내년 예산에 추가해야
대부분 철도ㆍ도로ㆍ산림협력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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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민족사적 대의 앞에
당리당략 거두어주시기 바란다”
야당 “10ㆍ4 선언때 8조 이상 추계…
적어 보이게 내년 것만 제출 꼼수”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4ㆍ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11일 국회에 제출했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총 4,712억원이라는 비용추계서도 첨부됐다. 이중 2018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된 비용은 1,726억원이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추가로 편성된 비용은 2,986억원이다.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심의ㆍ의결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선언을 채택한 지 138일 만이다. 비준동의안에는 판문점선언 내용과 함께 선언 이행을 위해 내년에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약 2,986억원 규모로 산정한 비용추계서가 담겼다. 해당 비용은 남북협력기금에서 편성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비준동의안에 따르면 정부는 철도ㆍ도로ㆍ산림협력 등에 전체 추가 금액의 87.4%에 해당하는 2,611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금액은 이산가족상봉(216억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83억원)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다만 “북측 지역에 대한 현지조사, 분야별 남북 간 세부합의 등을 통해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연도별 비용추계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부대 의견을 달았다. 정부는 또 철도ㆍ도로 북측구간 개ㆍ보수 비용은 대북 차관형식으로 지원하기로 하되, 산림협력 비용과 사회문화체육교류 및 이산가족상봉 비용은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 종료 후 비준동의안을 재가하고, 통일부가 오후 늦게 국회에 제출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르면 남북합의서는 통상적으로 체결 후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비준 후 공포하게 된다. 다만 중대한 재정적 부담 또는 입법사항과 관련한 합의서의 경우,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국회 비준 동의, 대통령 비준을 거쳐 공포하도록 돼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는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다시 한 번 큰 걸음을 내딛는 결정적인 계기로 만들어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제적인 지지와 함께 국내에서도 초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국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주시기 바란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판문점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하지만 앞서 보수야당들은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전체 사업의 재정추계조차 되지 않았다며 비준동의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철도ㆍ도로 현대화를 완료하는 데만 최소 수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판문점선언 비준을 위한 비용추계서에 내년 예산비용만 담은 것이 적절하냐는 주장이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는 전체 사업규모와 사업 기간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검토 없이 무성의하게 2019년도 1개년 재정추계만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 사업규모에 대한 상세한 재정추계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준안을 논의할 수 없고, 북한의 기존 차관에 대한 상환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차관 형태로 ‘새로운 퍼주기’를 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통일부가 2008년 국회에 제출한 ‘2007년 10ㆍ4 선언 합의사항 소요재원 추계’ 자료에 따르면, 개성-신의주 철도ㆍ도로 개보수 등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지원에 8조 6,700억원이 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정부도 경협 비용을 두고 정쟁이 예상되자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비준동의안의 국회 제출을 3차 남북 정상회담 뒤로 미뤄야 할지를 놓고 막판까지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당초 이날 국무회의 심의ㆍ의결 직후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공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국무회의 시작 1시간 전 비공개로 돌연 입장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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