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중계 ‘257만 회원’ 직거래 카페
집주인들, 정상가보다 5억 올려 내놓기도
카톡 단톡방서도 담합해 거래 성사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한 시민이 아파트 시세를 상담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 집주인들이 네이버와 연결된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시장 가격보다 최고 5억원 가까이 높은 가격에 제멋대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 집주인만 가입할 수 있는 비공개 인터넷 카페나 비밀 카톡방을 통해 특정 가격 이하로는 매물을 내 놓지 말자며 담합을 하거나 합리적인 시장가로 거래를 하려는 동네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따돌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단체 카톡방이 아파트 값 올리기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최근 네이버에 국내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 중 가장 많은 회원수(257만명)를 가진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이하 피터팬)를 통해 정상 가격보다 1억원 이상 높은 아파트 매물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이날 네이버 부동산엔 서울 동대문구 A아파트 전용면적 85㎡가 6억7,000만원에 거래됐다고 표기됐다. 그러나 이 매물은 피터팬을 통해 집주인이 직접 등록한 매물로, 중개사무소명이 없다. 이 아파트의 직전 실거래가는 5억5,000만원이었다. 해당 거래가 성사되자 기다렸다는 듯 네이버 부동산엔 또 다른 집주인이 같은 면적의 아파트를 6억9,000만원에 올렸다. A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사무소 대표는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6억7,000만원 매물이 나오더니 거래가 성사됐다고 사이트에 떴다”며 “주변 중개사무소들이 모두 황당해하고 있는데 이후 찾아오는 집주인은 약속이나 한 듯 6억7,000만원을 하한선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A아파트 주민들은 비공개 카페를 만들어 문제의 6억7,000만원에 매물이 성사된 사실을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카페의 가입 인원은 1,502명에 달한다. 이들 중엔 6억7,000만원보다 낮은 5억6,000만원에 매물을 올린 B부동산 사무소를 언급하며 “누가 B부동산 사장님께 이 카페 가입 좀 하시라고 말씀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회수만 857회를 기록한 이 글이 올라온 이후 B부동산에는 A아파트 주민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B부동산 옆 C부동산 대표는 “주민들이 우리 가게에 와서 ‘사람들이 B부동산은 가지 말라고 해 여기로 왔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심지어 성북구 석관동의 전용 112㎡ 아파트는 종전 실거래가보다 4억8,000만원이나 높은 9억원에 매물이 올라 오기도 했다. 호가가 급등하며 일부 아파트 단지는 59㎡ 아파트가 85㎡보다 더 비싼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정상적인 가격 체계가 무너지며 시장은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상적인 매매 거래를 한 집주인 중 일부는 매매 후 급등한 집값을 보고 부동산중개인을 상대로 “왜 이런 낮은 가격에 판 거냐”며 항의할 정도다.

무분별한 가격 등록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네이버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사이트 내용을 연결해 게시판 형태로 노출하는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라며 “더구나 부동산 호가는 시장에서 집주인이 부르는 것이어서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에서도 일부 인터넷 카페에 지역 공인중개사들이 자신들의 요구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물을 외지 중개사들에게 내놓자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과 거여동 등 외부 공인중개사의 명단과 연락처 등도 첨부됐다. 10년 이상 부동산 중개를 한 김모(65)씨도 “85㎡ 아파트 가격이 한 달새 3억원이나 올랐다”며 “집주인들이 카톡으로 특정 가격 이하로는 절대 매물을 내놓지 말자고 한 뒤 그 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물이 올라오면 허위 매물로 신고해 버린다“고 토로했다.

가격 담합을 위한 아파트 입주민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도 모자라, 비공개 인터넷 카페를 통한 조직적인 가격 조작까지 이뤄지며 다른 서울 아파트 입주민의 조바심도 극에 달하고 있다. 송파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은 지난 8일 아파트 게시판에 ‘00아파트 소유자 카페 만들까요’라는 글을 통해 “네이버 (부동산의) 매물들을 보면, 정말 마음이 답답하다. (우리 아파트는) 호가가 내려가고 있다”며 사실상 공공연하게 담합을 제안했다. 해당 글에는 “정말 좋은 생각”이라는 댓글부터 “세입자 말고 소유주만 가입시키자”, “소유주의 등기부등본과 신분증 확인을 한 후 (네이버) 밴드나 카톡방을 만들자”는 구체적 제안들이 이어졌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합리적으로 등록한 매물을 아파트 입주민들이 가격을 올리기 위해 허위매물로 신고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집중단속하고 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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