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증상 숨긴 의혹에
“국민생명 위협” 처벌 목소리
질본 “규제 강조하면 병력 숨겨
의심 증상 자발적 신고가 바람직”
의심환자 10명 중 8명 음성 판정
3년 만에 국내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 서울대병원 국가지정격리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11일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 입구에 메르스 관련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서재훈 기자

쿠웨이트에 다녀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환자 이모(61)씨가 공항 검역 당시 건강 이상증세를 상세히 설명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 ‘검역법’ 처벌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증상을 숨긴 채 검역장을 빠져 나오는 것은 온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 범죄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처벌 강화보다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더 중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1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감염병이 발생한 오염지역에 체류하거나 경유한 입국자는 검역법에 따라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간단한 인적 정보와 함께 과거 21일 동안의 방문 국가명과 설사ㆍ구토ㆍ복통ㆍ발열ㆍ오한 등의 증상을 알리도록 되어 있다. 해당 질문서를 바탕으로 검역관이 증상 확인을 하는데, 만약 질문서 작성을 기피하거나 거짓으로 작성하면 검역법(제12조ㆍ제39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문제는 질문지를 작성하고 자가 증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증상을 축소 신고하면 검역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다. 다행히 이씨의 경우 입국 후 바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해 지역사회로의 감염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등에는 “거짓ㆍ축소 신고할 경우 검역망은 또 뚫릴 수 밖에 없으니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등 처벌규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그러나 질본은 허위 신고로 인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국민들의 참여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규제나 처벌을 강조하면 병력을 더 숨길 우려가 있다”며 “감염병은 본인도 위험하고 가장 먼저 가족, 동료에게 질병을 일으키므로 오염지역을 다녀온 후에는 입국시 자발적으로 의심증상을 말하고 확진 검사 등을 요청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처벌 강화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재갑 대한감염관리학회 홍보이사는 “입국 검역과정에서 의심환자를 완벽하게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오히려 검역과정에서 사실대로 말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믿음을 국민들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오염국가(중동지역)를 자주 오가는 고위험군에 감염병 신고의 중요성과 예방법 등을 별도 교육하는 게 처벌 강화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8일 이씨 확진 이후 이날까지 10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했지만 8명이 최종 음성판정을 받는 등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씨와 밀접 접촉한 21명은 자택ㆍ시설 격리 중이고, 일상접촉자로 분류된 408명은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1대1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일상접촉자 115명 가운데 30명이 연락이 닿지 않아 법무부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질본이 파악 중이다. 이씨가 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하며 탑승한 리무진형 개인택시 이용은 전날보다 1건 늘어난 24건으로 22건(25명)은 최종 확인됐고 2건은 조사 중이다. 또 쿠웨이트에 이씨와 함께 머물렀던 동료 중 현재 6명이 국내에 입국했는데 A씨의 증상이 발현된 28일 이후 접촉했던 1명은 밀접접촉자, 2명은 일상접촉자로 보고 관리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격리치료중인 이씨의 상태도 괜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