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출산휴가법 발의… 13일부터 45일간 ‘자체 출산휴가’

“기업에 법 지키라고 강조하면서…
국회부터 ‘예비 엄마’ 권리 보장해야”
본회의ㆍ상임위 아이동반법도 발의
“출산주도성장 비판 겸허히 수용”
출산을 사흘 앞둔 신보라 의원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기업에는 법을 지키라고 강조하면서 정작 국회가 출산휴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지 않는 게 앞뒤가 맞나요!”

남성의 비중이 압도적인 우리 국회에서 의원이 임기중 출산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아젠다가 된 지금 우리사회 곳곳에서 출산과 육아휴직 보장이 요구되지만, 정작 민의의 전당에선 민생을 체감하기 힘든 역설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를 깨뜨리겠다며 국회의원 출산휴가 첫 사례에 도전하는 인물이 자유한국당 신보라(35·초선) 의원이다.

오는 13일 출산 예정인 신 의원은 헌정사상 최초로 임기 중 임신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출산을 앞둔 ‘예비워킹맘’이다. 10일 본보와 가진 출산 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는 예비워킹맘으로서 고민을 털어놨다. 그의 수첩에는 이날 오전에만 4개의 일정이 적혀있었다. 오전 9시 일정 2개, 오전 10시 일정 2개. 만삭인 몸이지만 여유를 부릴 수 없는 ‘국회 막내’다. 한 시간 간격으로 다른 장소에서 이어진 무려 4개의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게다가 원내대변인인 그의 휴대폰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울려댔다. 신 의원은 이런 하루를 300차례 반복했다. 일정 중 잠시 짬이 난 신 의원은 “다른 의원님들이 그러세요, 저한테는 대여투쟁 자체가 태교이고, 우리 아이는 태어날 때 ‘응애’가 아니라 ‘투쟁’을 외치고 태어날 거라고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국회 보이콧’ ‘장외투쟁’이 유독 잦았던 전반기 국회를 겪으며 신 의원은 잊기 힘든 아픔도 겪었다. 그는 “원내대변인으로서 당의 입장을 국민들께 알려야 해 몸을 챙길 겨를도 없이 일했다”면서 “아이를 잃고 나서 보니 건강도 함께 챙겼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쌍둥이를 임신했지만 지난 4월 한 아이를 유산했다. 신 의원은 정기국회 중 갑작스러운 자연분만에 대비하기 위해 제왕절개를 하기로 했다. 그는 “일도, 육아도,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모든 워킹맘들의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신 의원의 고민은 현행 국회법의 모순점에 닿았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여성 노동자들의 출산휴가를 만들어낸 국회지만 정작 국회에서 일하는 여성 의원들의 출산휴가는 국회법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신 의원은 “여성이라면 어떤 직장에서 일하든, 건강권과 육아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면서 “기업에는 법을 지키라고 강조하면서 정작 국회가 보장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이른바 ‘국회의원 출산휴가법’(국회법 일부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아직 법이 통과되지 않아 신 의원은 13일부터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최소 휴가기간인 45일 동안 ‘자체’ 출산휴가에 돌입한다.

다만 한 여성으로서, 아이의 엄마로서 권리도 있지만 국민의 대표가 의원 역할을 쉬는데 대해선 논란의 여지도 없지 않다. 자신을 위한 ‘셀프 입법’ 지적도 일각에서 나왔다. 신 의원은 그러나 당당한 출산과 육아휴직의 분위기를 국회부터 앞장서 선례를 남기겠다는 책임감이 더 크다.

신 의원의 의정 생활은 임신 전과 후로 구별된다.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달라졌다”고 말하는 이유다. 임기 중 임신과 출산을 동시에 경험한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활동한 장하나 의원도 있었다. 하지만 장 의원은 이런 사실을 숨겼다. ‘젊은 여성을 뽑아놓으니 애 낳고 쉰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신 의원은 공개 결정 이유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문제일수록 더 친숙하고 현실감 있는 의정활동이 가능하다”며 “임산부, 예비 워킹맘의 입장에서 정부⋅여당의 정책이 얼마나 잘 전달되지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신 의원은 출산휴가법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본회의와 상임위에 참여할 수 있는 파격적인 아이동반법도 발의해둔 상태다.

신 의원은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제기한 ‘출산주도성장’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출산을 국가적 과제로 생각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지는 용어였지만 비유적 표현을 쓰다 보니 국민들께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논란으로 번져 안타깝다”고 했다. “한국당은 더 감수성 있는 언어를 가져야 한다”고 공감했다. 다만 ‘여성의 출산도구화’를 지적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선 “출산을 오히려 여성만의 몫으로 보는 시각을 강화하는 프레임”이라며 “출산은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부부와 가족구성원 등 사회 전체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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