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운송료 책정 기준
무게에서 거래가격으로 변경
브라질 상파울루미술관(MASP) 내 전시 모습. MASP 홈페이지 캡처

브라질에 있는 주요 공항들이 갑작스럽게 미술 작품에 대한 화물처리 비용을 중량 기준에서 싯가 기준으로 바꾸면서 브라질에서 예정됐던 각종 미술 전시회가 취소 위기를 맞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5월 브라질 상파울루미술관(MASP)은 비라코포스국제공항으로부터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빌린 6개의 20세기 작품을 공항에서 하역하는 비용으로 32만달러(약 3억6,000만원)를 고지서를 받았다. 비행기에서 미술품을 내리고 공항에서 몇 시간 동안 이를 보관하는 비용으로 전시회를 개최하는데 드는 총 예산의 3배에 육박하는 금액을 지불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비라코포스국제공항은 “전시회 입장료가 무료가 아니고, 미술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미술관은 미술품의 무게가 아닌 해당 미술품의 가치에 따른 비용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내 공항 화물 처리 규정에 따르면 시민 문화 행사를 위해 일시적으로 들여오는 화물은 ㎏당 1달러 미만의 요금이 매기게 돼 있는데, 전시회를 열기 위해 해외에서 빌려오는 미술품들은 시민 문화 행사를 위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문화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공항이 예고도 없이 규정을 제멋대로 재해석해 부당하게 요금을 매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르히오 레이타오 브라질 문화부 장관은 “공항의 목적은 단지 수입을 증가시키려는 것”이라며 “터무니 없고 부당한 변화”라고 비판했다. 또한 MASP 측이 전세계 주요 공항 30곳의 미술품 화물 처리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브라질 공항처럼 미술품의 가치에 따라 화물 요금을 매기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더 문제는 이로 인해 브라질 내부의 크고 작은 전시회가 취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토미오타케 미술관은 오스트리아 알베르티나 미술관에 있는 그림을 빌려 내년에 전시회를 열 계획을 세웠지만 보류했다. 토미오타케 미술관 관계자는 “렘브란트, 들라크루아, 피카소, 워홀의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었지만 공항 주장대로 해야 한다면 경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요금 문제로 전시회를 연기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물론 소송을 제기하면 이길 가능성이 높지만 작은 갤러리들은 이마저도 비용이 부담돼 전시회를 포기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브라질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레이타오 장관은 “손해를 보는 건 브라질 국민”이라며 “이런 일이 절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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