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주요 기술... 사행성 이미지로 위축될 것" 우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 업종에서 제외하는 시행령을 내놓은 데 대해 블록체인 전문가와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 육성이란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유독 가상화폐 거래소만 유흥주점이나 도박장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불만이다.

10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지난달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벤처기업 제외 업종에 추가 지정하는 ‘벤처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중기부의 벤처기업 제외 업종은 유흥주점과 사행도박장, 무도장 등 5개 업종이다. 여기에 빗썸, 업비트 등 가상화폐 매매를 중개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추가 지정하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사실상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사설 도박장으로 보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 5월 ‘벤처 활성화를 통한 혁신성장’이란 명분을 내세워 부동산 임대업과 숙박업, 골프장, 미용업, 노래연습장 등 그간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한 업종 18종을 벤처 인증대상으로 확대했다. 반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벤처 제외 업종이 되며 “골프장만도 못한 산업이 됐다”는 자조가 적잖다.

이에 한국블록체인협회ㆍ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ㆍ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등은 입장문을 내고 “시행령 개정안은 19세기 말 영국 자동차 산업 성장을 막은 적기조례(사람이 자동차 앞에서 빨간 깃발을 들고 달려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못 달리도록 한 규제)와 유사하다”며 “블록체인 기술 기반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업계는 나아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사행성’ 이미지가 덧씌워질 경우 추후 정부 사업 참여 배제는 물론 인재 유치 등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날 공식성명을 내고 “숙박업, 골프장 등 거의 모든 업종을 벤처 인증 대상으로 인정해주는 규제 완화 정책을 펴면서 정작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기술인 블록체인ㆍ가상화폐업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비판했다.

중기부는 개정안은 블록체인 기술 전반을 규제하는 게 아니라 통계청이 분류한 블록체인 업종 10개 중 하나인 가상화폐 매매 및 중개업만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은 분리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과 관계자는 “벤처 적용이 될 경우 법인세 50% 감면, 취득ㆍ재산세 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데, 투기 과열과 해킹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이러한 혜택을 줄 경우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장려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규제로 업종 자체를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니라 적어도 정책적으로 육성할 업종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해당 개정안을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 보낸 상태다. 이달 중 규개위에서 판단을 완료하면 법제처 심의와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달 중순 공포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이 단순히 벤처기업 인증 여부를 떠나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자발적 참여에 의해 발전하고 이러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선 가상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하는 게 핵심인데 거래소의 역할을 배제하는 것은 결국 블록체인 산업을 죽이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코스닥 없이 벤처기업이 활성화될 수 없듯 가상화폐나 블록체인 산업도 거래소라는 창구 없이는 발전하기 어렵다”며 “컨트롤타워가 누군지 알 수 없던 1년 전 상황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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