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무사귀환 고대하며
3년산 서문 30장 병풍에 새겨
상주시에 최근 무상으로 기증
경북 상주시에 훈민정음 서각 병풍을 기증한 석청 전병현(왼쪽)씨가 부인 홍순영(오른쪽)씨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오로지 훈민정음 상주본이 국민 품으로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훈민정음 서문을 목판에 새겼다.” 훈민정음 서문을 새긴 서각병풍을 상주시에 기증한 조각가 석청 전병현(69)씨. 그는 병풍을 기증한 이유로 훈민정음의 무사귀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 작가는 지난 7일 상주시에서 병풍 기증식을 했다. 기증한 작품은 가로 264㎝, 세로 190㎝, 무게 40㎏의 8폭 병풍이다. 앞면에는 30장 분량의 서문을, 뒷면에는 서문 해설을 새겼다.

그가 훈민정음 서각 병풍 제작을 시작한 것은 3년 전. "훈민정음 해례본이 상주에 있지만 상주에 없는 것과 같은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그는 "훈민정음 서각 병풍을 통해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다시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경 70㎝나 되는 아름드리 나무가 4그루나 들어갔다. 목판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사포질을 하고 글자를 그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한 자 한 자 조각칼로 새기고 채색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몰랐다. 조각가로서 평생 갈고 닦은 기술과 영감을 다 쏟아 부었다.

이렇게 태어난 훈민정음 서각 병풍은 12일부터 상주시청 로비에서 일반인들에게 선보인다. 전씨로부터 작품을 전달받은 황천모 상주시장이 즉석에서 “상주시민들이 상주의 자부심 훈민정음을 병풍으로나마 볼 수 있길 바란다”며 중앙로비 전시를 결정했다.

3년 동안 만든 병풍을 상주시에 선뜻 기증했지만 전씨의 고향은 경기 수원이다. 평범한 직장생활 도중 건강이 악화하자 상주가 공기 좋고 인심 좋다는 말만 듣고 이주를 결행했다. 아는 사람도 거의 없던 낯선 곳에서 쓰러지기도 하는 등 위급한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정상을 되찾았다. 전씨는 “취미 삼아 시작한 조각이 이젠 삶의 일부가 되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제작한 조각작품은 100점이 넘는다.

한편 지난 2월 대구지법 상주지원 민사합의부(신헌기 부장판사)는 훈민정음 상주본을 은닉한 배익기(55ㆍ고서적 수집판매상)씨가 국가가 훈민정음을 내 놓으라며 강제집행에 나서자 이를 막아달라며 제기한 청구이의의 소 선고공판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배씨는 이에 불복해 지난 3월 대구고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24일에는 황천모 상주시장이 배씨를 만나 훈민정음 상주본 보존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여전히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석청 전병현씨가 제작한 훈민정음 서문 서각 병풍.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