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200만장 시대 부활 ‘빅히트’
방탄 노래에 ‘일기 형식’ 글 담아
“읽기 위해 앨범 구입” 새 트렌드

시총 1조 클럽 가입한 ‘JYP’
박진영 권한을 직원 16명에 분산
보편적 음악 선정, 연이은 히트
K팝 한류를 이끄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사진 위)과 트와이스. 빅히트ㆍ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은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발매 8일 만인 지난달 31일까지 CD 193만여장을 팔았다. 방탄소년단은 CD플레이어가 골동품 취급을 받는 시대에 어떻게 음악 팬들을 음반 시장으로 불러 모았을까. JYP엔터테인먼트(JYP)는 최근 시가총액(시총) 기준으로 SM엔터테인먼트(SM)를 제치고 ‘엔터 대장주’ 자리에 올라섰다. JYP가 2001년 코스닥 상장 이후 SM의 시총을 뛰어넘기는 처음이다. SM과 JYP, YG엔터테인먼트가 구축한 ‘K팝 빅3 체제’에 균열이 일고 있는 셈.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와 JYP의 새 전략이 눈길을 모으는 이유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앨범마다 들어 있는 이야기책. 양승준 기자
△앨범에 ‘BTS 이야기책’ 딸린 이유

40대 직장인 정현미씨는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음반 매장 교보핫트랙스에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신작을 샀다. 세월호 참사 상처의 은유가 녹아 있는 록 발라드풍의 노래 ‘봄날’을 듣고 방탄소년단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정씨는 앨범에 실린 ‘화양연화-더 노트(더 노트)’를 읽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다. 10여 장 분량의 ‘더 노트’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이야기가 일기처럼 실려 있다. ‘나는 소파에 파묻혀 누운 채 저만치 놓여 있는 피아노를 바라봤다.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어머니의 피아노 건반을 버린 적 있다’(2022년 7월 29일 윤기)는 내용은 소설처럼 읽힌다. 정씨는 “이 책을 봐야 방탄소년단 음악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내용을 따라갈 수 있다”며 웃었다.

방탄소년단의 ‘페이크 러브’ 뮤직비디오엔 멤버인 제이홉이 초코바 더미에 누워 있는 장면이 나온다. 초코바 광고도 아니고 뜬금 없다. ‘더 노트’에 실린 제이홉의 일기(2010년 7월 23일)를 봐야 맥락이 보인다. 제이홉은 버려진 아이였다. 어머니가 놀이공원에 그를 데려간 뒤 초코바를 주고 사라졌다는 내용이 ‘더 노트’에 실려 있다. 제이홉에 초코바는 거짓의 상징이다. 거짓 사랑을 깨닫는 내용의 노래 ‘페이크 러브’ 뮤직비디오에 초코바가 등장한 이유다. 이 책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학교와 가정 등에서 받은 상처를 공유하고, 서로에게 이야기의 복선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정씨는 방탄소년단을 제대로 ‘읽기 위해’ 앨범을 산다. 방탄소년단이 바꾼 앨범 향유 문화의 변화다.

방탄소년단을 기획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빅히트 제공
△작가 영입해 살찌운 세계관… 40대, 앨범 구매 1위

K팝 아이돌그룹이 앨범에 이야기책을 넣어 팔기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문화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빅히트는 등단한 작가를 영입해 앨범을 만든다. 빅히트는 이야기 개발에 집중해 빈약했던 K팝 서사를 풍성하게 했다.

이야기는 앨범 시장까지 넓혔다. 방탄소년단 최신 음반은 40대 구매 비율이 36%로 가장 높았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아이돌그룹 NCT드림의 앨범 ‘위 고 업’ 구매 비율이 10대(44.8%)가 압도적이었던 것과 확연히 다르다. 본보가 온라인 음반 판매 사이트인 예스24에 의뢰해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2일까지 2주 동안 세대별 음반 판매 비율을 조사한 결과다. 빅히트가 스토리텔링 전략으로 K팝 소비 세대를 넓힌 결과로 풀이된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등을 제작한 마블 스튜디오처럼 자체적인 세계관을 만들어 콘텐츠의 외연을 넓히고 몰입도를 높인 전략과 비슷하다. 지혜원 대중문화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세계관과 멤버들의 이야기가 뚜렷하다 보니 팬들이 방탄소년단 멤버가 돼 쓴 일명 ‘빙의 글’ 같은 2차 콘텐츠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신사옥 전경. K팝 1번지라 불렸던 '청담동 시대'를 마감하고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최근 새 둥지를 틀었다. 윤박 사회관계망서비스
△파산 위기 딛고… ‘시총 1조 클럽’ 가입한 JYP

JYP는 지난 9일 주당 3만2,950원을 기록, 시총 1조1,815억원을 달성했다. SM이 같은 날 기록한 시총 1조958억원보다 900억원가량 높다. 지난해 2월 주당 4,605원으로 시총 1,594억원을 기록하며 최저가를 찍은 시기와 비교하면 7배나 껑충 뛰어오른 수치다. JYP는 지난달 22일 시총 1조108억원으로 처음 ‘1조 클럽’에 가입했다. JYP 소속 아이돌그룹 트와이스와 갓세븐이 일본과 중국 등에서 빛을 크게 봐 시장에서 JYP에 대한 기대 심리가 크게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아이돌그룹 원더걸스 미국 진출에 따른 여파 등으로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JYP의 반전이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진영 아닌 16인 회의서 곡 골라… 트와이스로 결실

JYP의 성장에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밑거름됐다. JYP는 2015년부터 ‘음악선정위원회’를 꾸렸다. 제작과 마케팅 등 부서별로 1명씩 뽑은 16명이 투표를 거쳐 앨범 타이틀곡을 정했다.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와 평사원의 발언권은 1표로 같다. 박진영의 솔로 앨범 제작도 이 과정을 똑같이 거쳤다. JYP 소속 모든 가수의 앨범 타이틀곡뿐 아니라 안무와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총괄하던 박진영의 권한 대부분이 회사로 옮겨간 셈이다. 정욱 JYP 대표는 “특정 인물 중심이 아닌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박진영 프로듀서와 상의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한 사람보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 선택한 노래엔 보편적 취향이 더 담기기 마련이다. 음악선정위원회의 격론을 거친 뒤 세상에 나온 첫 열매는 달았다. 트와이스가 2015년 10월 낸 노래 ‘우아하게’와 2016년 4월 낸 ‘치어업’은 2016년 연간 음원 차트(스트리밍ㆍ가온차트 기준) 1위와 10위를 차지했다. 2011년부터 5년 동안 연간 음원 차트 1위 곡을 하나도 내놓지 못한 JYP가 조직개편을 계기로 콘텐츠의 대중성을 높인 결과였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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