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공급 확대 주장이 비등하고 있다. 정부도 입장을 바꾸어 수도권 30여곳에 공공택지를 확보해 30만호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다. 개발할 곳이 마땅찮은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푸는 것은 늘 정해진 수순이다. 그 과정에서 주택 공급과 환경 보전은 첨예한 충돌을 일으키지만 주택 공급론이 늘 우위에 있는 게 그간의 경험이다. 그린벨트가 이런 식으로 풀리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다. 개발독재 유산이 해제의 명분이었지만, 기실 그 이면엔 당시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의 작용이 있었다. 규제를 풀어 투자와 거래를 늘려 개발과 성장을 도모하는 신자유주의가 국토개발의 전면에 침투한 것이다. 구(舊)개발주의가 신자유주의와 결합해 생긴, 이 변형된 개발의 현상을 ‘신개발주의’라 부른다.

구개발주의는 국가가 직접 나서 국토를 물리적으로 개조해 국토환경을 훼손시킨다. 반면 신개발주의는 탈규제나 규제 합리화 같은 간접적 국가 개입을 통해 경제적 목적의 대규모 개발을 부추겨 국토환경의 유기적 훼손을 불러온다. 구개발주의는 권위주의 국가의 권력성을 일방적으로 반영하지만 신개발주의는 외견상 환경에 대한 배려(예, 환경영향평가)나 시민참여(예, 공청회)를 허용하면서 속으론 개방화, 탈규제, 경쟁 등 신자유주의 개발 논리와 방식을 철저히 관철시킨다. 신개발주의 프로젝트 추진과정에선 사회적 논란이 일지만, 결과에선 보전보다 개발, 국가보다 시장의 힘이 늘 압도한다.

신개발주의는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녹색성장을 통해 만개했다. 참여정부는 60여종의 개발특별법을 제정해 각종 균형발전 정책(예, 기업도시, 경제자유구역)을 추진했다. 이로써 국가운영의 근간인 기본법체계(예, 국토기본법)가 무력화됐다. 이명박 정부의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은 ‘군사와 안보에 관한 사항’까지도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시켜 국토 4분의 1에 해당하는 하천 개발을 허용했다. 신개발주의는 구개발주의보다 더 지독한 지대추구형 개발을 부추겨 부동산 광풍이 늘 뒤따른다. 신개발주의는 ‘과(잉)개발’의 문제를 낳기도 한다. 개발(공급) 과잉으로 유휴 개발용지가 넘쳐나자 2011년 정부는 ‘과개발’이란 용어를 만들어 실태 파악과 대책 강구에 나섰다.

이후 부동산시장 침체와 더불어 신개발주의는 퇴장하는 듯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양적 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펴면서 그 기미가 되살아났다. 2017년 경제성장률 42.6%(1-3분기)와 고용 창출 36.3%(연간)는 부양된 부동산건설의 기여분이었다. 새 정부는 이런 정책기조를 버렸다. 그 결과 SOC 예산이 14.0% 줄면서 올 2분기 건설업은 성장이 감소(–3.1%)했다. 건설부문의 위축은 일자리 증가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된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건설 투자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자는 주장이 업계와 언론, 나아가 정치권에서 힘을 얻고 있다. 신개발주의 정책에 대한 유혹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주장이 지지를 얻는 것은 이러한 유혹을 반영한다. 최근 청와대 게시판에 생태공원이 될 용산기지 터를 청년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용도로 쓰자는 청원이 쇄도하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1980년대 후반 청년 건축가들도 제기한 바 있는 이 제안에 대해 일부 언론은 대서특필로 힘을 싣고 있다. 경기 침체를 구실로 지켜야 할 국토환경을 허물어 (주택 공급을 위해) 토건개발을 하자는 주장은 숨겨져 있던 신개발주의 욕망의 부활, 그 자체다. 하지만 신개발주의식 개발을 통해 경제를 되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자는 것은 국민경제를 다시 손쉬운 지대추구형 토건경제 중심으로 되돌려 놓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신개발주의의 유혹은 악마의 유혹과 같다.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