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부진에 내수, 고용 위축" 회복 전망서 비관론으로 선회

미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월 99.8을 기록, 100을 밑돌았다. 지수가 100 초과면 경기 상승, 100 미만이면 경기 하락으로 해석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 경제가 가까운 시일에 정점을 지나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경제동향 보고서에선 지난달까지 유지했던 ‘경기 개선 추세’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경기가 회복세에 있다는 기존 판단을 버리고 비관론으로 돌아선 것이다. KDI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 사정을 악화시켰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11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2, 3분기에 걸쳐 경기 개선 속도가 느려지면서 경기가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가 바로 급락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방 위험이 상방보다는 높다”고 말했다. KDI는 김 실장이 총괄해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도 “투자 부진을 중심으로 내수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고용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수출 증가세가 유지됨에 따라 경기의 빠른 하락에 대한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표현은 에둘렀지만 사실상 경기가 하락세에 접어들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KDI는 상반기만 해도 우리 경제가 성장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7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전반적인 경기 개선 추세가 완만해지고 있다”, 8월 보고서에선 “내수 증가세가 약화돼 경기 개선 추세를 제약하고 있다”는 표현을 새로 넣으며 부정적 평가로 선회하더니 이달 보고서 문구에선 ‘경기 개선 추세’를 빼고 ‘하락’을 집어넣으며 입장 전환을 분명히 했다.

KDI의 경기 전망이 바뀐 이유는 내수 부진 때문이다. KDI는 이번 보고서에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소비 관련 지표가 다수 회복됐으나 내수의 개선을 견인하기엔 미약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쇼크’에 가까운 고용 지표 악화 역시 내수 부진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는 입장도 내놨다. 2월 이래 매달 전년동기 대비 10만명 안팎으로 대폭 줄어든 취업자 수 증가폭은 7월엔 8년 6개월 만에 최저인 5,000명으로 급감했다. 보고서는 다만 “7월 고용 지표의 급격한 위축은 경기 상황과 인구구조 변화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이 취업자 증가폭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그나마 경제 버팀목이 돼주고 있는 것은 수출이다. 문제는 최근의 수출 증가는 내수 활성화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실장은 “세계경제 성장 등 대외 여건을 고려하면 수출 실적은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수출 증가가 내수 확대, 고용 증가로 이어져야 하는데 (고용 창출 효과가 적은)반도체 중심의 수출 성장세가 이어지다 보니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경기가 나빠져 수출마저 부진해질 경우 우리 경제가 가파르게 추락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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