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제안 90개 과제, 文정부 공약에 57개나 반영

33개는 국정과제 선정, 과도한 ‘입김’ 우려
9ㆍ13대책도 닮은꼴… 아동수당 등 실현도
참여연대 출신 주요 인사_송정근기자

“종합부동산세를 정상화(최고세율 3.0%)하고, 공정거래가액비율도 현행 80%에서 100%로 올려야 한다.”(2017년 6월 참여연대 정책 자료집)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3.2%로 인상하고, 공정거래가액비율을 2022년까지 100%로 현실화하겠다.”(2018년 9월 관계부처 주택시장 안정대책)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며 내 놓은 9ㆍ13 대책이 참여연대안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과세 표준 구간별 종부세 개편안에서도 확인된다. 참여연대는 과표 6억원 이하, 12억원 이하, 50억원 이하, 94억원 이하, 94억원 초과 구간별로 세율을 1%, 1.5%, 2%, 2.5%. 3%로 제시했다. 정부안은 구간별로 0.6~0.9%, 1.3%, 1.8%, 2.5%, 3.2%(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기준)로 정해졌다. 대동소이하다.

1994년 창립 이후 권력의 ‘파수꾼’ 역할을 해온 참여연대가 정권의 실세가 되면서 시민단체로서 제안했던 정책 대안들이 실제 정책과 입법안으로 실현되고 있다. 그러나 집권 2년 차로 접어들며 고용 참사와 집값 급등, 규제 완화 문제 등을 둘러싸고 정부 안팎으로 균열이 일면서 이들의 과도한 국정 개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 내 참여연대 출신의 입김이 워낙 큰 탓에 정책이 현실과 괴리된 채 이상주의로 흐르거나 여론과 동떨어져 집행된다는 지적이 적잖다.

14일 한국일보가 참여연대의 지난해 6월 정책 자료집인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추진해야 할 입법ㆍ정책 개혁과제’를 분석한 결과, 참여연대가 제안한 90개 과제 중 57개가 문재인 정부 공약에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중 33개는 실제 국정과제로 입안됐거나,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연대는 자료집에서 ▦국가기관 권한남용 방지와 표현의 자유 ▦안전사회 ▦정치ㆍ행정개혁 ▦검찰ㆍ사법 개혁 ▦미래 세대 청년 ▦민생 살리기 ▦경제민주화와 노동권 강화 ▦복지국가와 공평과세 ▦평화인권과 외교안보권력을 위한 민주화 등 9대 분야 90개 과제를 임기 내 실현할 것을 주문했다. 이중 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 제시된 공약과 공통된 과제는 57개에 이른다. 정책 공약집이 사실상 참여연대자료 자료집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 아니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도 참여연대가 주장해온 정책ㆍ입법화 과제들이 대거 녹아 들어갔다. 참여연대 자료집과 민주당 공약집에 동시에 담긴 57개 과제 중 인수위원회 성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국정과제로 확정된 정책만 33개에 달했다.

특히 청년, 민생, 경제민주화, 복지, 공평과세 등 경제 분야에선 참여연대가 주장해 온 방안들이 힘을 발휘했다. 우선 참여연대가 5대 당면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던 아동수당도입은 2017년 세법 개정안에 반영돼 이달부터 지급된다.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인상하는 안도 내년 4월부터 소득 하위 20% 노인 대상으로 조기 실시된다. 참여연대가 실업급여의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에게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도 청년들에게 월 30만원씩 3개월간 지급하는 ‘청년구직촉진수당’으로 현실화됐다. 내년 예산에도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으로 변주돼 반영됐다.

법인세, 소득세 인상,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부자 증세 방안도 임기 초부터 당 주도로 드라이브가 걸린 데 이어 이후 대통령 직속 기구인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미세 조정은 있었지만 큰 틀은 유지됐다. 법인세의 경우 참여연대안인 최고구간 신설(1,000억원 초과)과 최고세율 27% 상향에는 못 미치지만 2,000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됐고 최고세율도 22%에서 25%로 인상됐다. 소득세도 1억2,000만~5억원 구간 세율 40%, 5억원 초과 구간 세율 42%를 골자로 한 참여연대 안이 3억~5억원 40%, 5억원 초과 42%로 다소 다듬어진 뒤 관철됐다.

권력기관 개혁에 있어서도 참여연대와 문재인 정부는 수사권ㆍ기소권을 독점한 검찰,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국정원 등 주요 권력기관을 개혁하는 데 뜻을 같이했다. 정부는 지난 6월 검찰 수사 지휘권 폐지 및 경찰의 수사 종결권 부여를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발표했다. 국정원은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국정원 댓글 사건, 북방한계선(NLL)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관여 등을 자체 재조사했다.

정부에서 ‘참여연대표’ 정책이 이처럼 거의 그대로 수용되고 있는 것은 정부 밖에서 ‘심판’ 역할을 했던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이 정부 내 ‘선수’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 정부에서 선출직을 포함해 청와대, 행정부, 공공기관 등에 참여하고 있는 참여연대 출신 인사는 25명에 이른다. 각 부처 내 설치된 별도 기구로 범위를 넓히면 62명에 달한다.

물론 참여연대가 늘 현 정부의 우군인 것은 아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규제완화 정책에는 ‘반기’도 들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3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산분리 완화) ▦규제샌드박스 5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공식 반대하고 나섰다. 현 정부에서 규제 개혁 성과가 지지부진한 이유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참여연대 출신들이 청와대 핵심을 장악한 뒤 현실이나 시장의 요구와는 배치되는 정책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정 시민단체 권력의 힘이 너무 커지면서 상호 견제 기능조차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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