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 오케손 스웨덴민주당 대표가 9일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스톡홀름= EPA 연합뉴스

서유럽에서 가장 진보적인 스웨덴도 반(反)이민 돌풍을 잠재우지 못했다.

9일(현지시간) 실시된 스웨덴 총선에서 집권 중도좌파 연정(사회민주당, 녹색당, 좌파당)과 야권 중도우파 동맹(보수당, 중앙당, 기독민주당, 자유당)이 모두 과반 의석을 얻지 못했다. 이 틈바구니에서 반이민ㆍ스웩시트(스웨덴의 유럽연합 탈퇴)를 내세운 대중주의우파 정당 스웨덴민주당만 약진하며 제3당 지위를 굳혔다. 그러나 중도좌파, 중도우파 그룹 모두 스웨덴민주당과는 정부 구성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연정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스웨덴 정국은 상당 기간 혼란에 휩싸이게 됐다. 외신들은 연정협상에 최소 수 주일, 최대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총선 출구조사 결과, 중도좌파 연정이 40.6%(144석)를 득표해 중도우파 동맹(40.3%ㆍ142석)을 근소한 차로 앞섰다. 선거 결과 총 349석 중 어느 쪽도 과반(175석 이상)을 얻지 못한 이른바 ‘헝 의회’가 돼 연정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도우파 동맹을 이끄는 보수당은 선거 결과가 나오자 집권 여당인 사민당 소속 스테판 뢰벤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으나 뢰벤 총리는 이를 거부하고 앞으로 2주 동안 연정구상을 위한 협상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전 예상됐던 득표율 20%는 달성하지 못했으나, 스웨덴민주당은 17.6%(63석)를 득표해 사민당(28.4%), 보수당(19.8%)에 이어 제3당 자리를 굳게 지켰다. 이는 지난 총선(12.9%ㆍ49석) 때보다 10석 이상 더 확보한 것으로 명실상부한 ‘킹 메이커’ 자리를 굳힌 셈이다. 임미 오케손 스웨덴민주당 대표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선거 결과 우리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자신들이 이번 총선의 유일한 승자라고 자찬했다. 오케손 대표는 중도우파동맹을 이끄는 보수당을 향해 “스웨덴민주당의 협조를 얻든지 아니면 뢰벤 사민당 정권의 4년을 더 견디든지 양자택일하라”며 압박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보수당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대표는 “스웨덴민주당과는 내각구성을 논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쐐기를 박아 향후 각 정당 간 복잡한 연정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집권 사민당은 1917년 창당 이후 지켜온 제1당 자리를 간신히 지켜냈으나 사상 최저 득표율로, 유럽을 휩쓸고 있는 중도좌파 약세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노르디아 마켓의 수석분석가인 안드레아스 발스트롬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연정 구성까지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리게 될 것”이라면서 “연정이 구성된다 해도 다음 4년간은 지난 4년보다 훨씬 더 허약한 정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칼 빌트 전 스웨덴 외무장관은 FT에 “거대 주도정당은 쇠락하고 극단주의정당이 득세하는 유럽의 정치 트렌드가 스웨덴에도 나타났다. 우려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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