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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한국영화 4파전… 골라보는 재미 속 ‘과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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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한국영화 4파전… 골라보는 재미 속 ‘과열’ 우려

입력
2018.09.10 19:3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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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괴’ 조선시대 나타난 괴생명체 

 ‘안시성’ 대규모 전투장면 압도적 

 ‘명당’ 역학 3부작 마지막편 흥미 

 ‘협상’ 납치 다룬 유일한 현대극 

 전체 손익분기점이 1500만명 

 영화계 “제 살 깎아먹기” 우려 

판타지 사극 ‘물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를 시작으로 ‘명당’ ‘안시성’ ‘협상’이 연달아 개봉해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에서 전투를 벌인다. 씨네그루ㆍ메가박스플러스엠ㆍNEWㆍCJ엔터테인먼트 제공
판타지 사극 ‘물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를 시작으로 ‘명당’ ‘안시성’ ‘협상’이 연달아 개봉해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에서 전투를 벌인다. 씨네그루ㆍ메가박스플러스엠ㆍNEWㆍCJ엔터테인먼트 제공

추석 연휴를 앞두고 관객 맞이 채비로 분주한 극장가에 전운이 감돈다. 이번 추석엔 한국 영화 대작이 주로 포진해 있어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2일에 판타지 사극 ‘물괴’가 선제 공격에 나서고, 이어서 19일에 ‘안시성’과 ‘명당’ ‘협상’이 동시에 총공세를 퍼붓는다. 한국 영화 4파전으로 추석 대진표가 짜이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안시성’은 총제작비 215억원, 나머지 세 편은 100억원 이상 투입됐다. 1년 중 최대 성수기 여름에 내놓는 블록버스터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위용이다. 공존과 공멸 사이에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전통의 강자 사극 vs 유일한 현대극 

‘물괴’는 디지털 기술로 창조한 괴생명체를 내세워 시선 끌기에 나선다. ‘괴이한 짐승 물괴(物怪)가 출몰했다’는 조선왕조실록의 실제 기록에서 영감을 얻어 상상력을 뻗어 나간 영화다. 중종 22년 백성을 잔인하게 공격하는 물괴에 맞선 수색대의 사투를 그렸다. 이야기의 짜임새는 아쉽지만, ‘디지털 물괴’는 기대 이상으로 완성도가 높아 한시름 덜었다.

‘관상’(2013)과 ‘궁합’(2018)을 잇는 역학 3부작의 마지막 편 ‘명당’도 출정한다. 땅의 기운이 인간의 운명을 바꾼다고 믿는 천재 지관과 천하명당을 차지해 권력을 누리려는 이들의 암투를 담았다. 후대에 왕이 나온다는 터로 부친 남연군의 묘를 이장한 흥선대원군의 실제 일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다. 최근 JTBC 드라마 ‘라이프’로 호감도를 높인 배우 조승우가 지관 박재상 역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지성이 흥선 역을 맡았다.

‘안시성’은 군사 5,000명으로 당나라 20만 대군을 물리친 고구려 안시성 전투를 다룬다. 대규모 전투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보조 출연자 6,500명, 말 650필, 당나라 갑옷 168벌, 고구려 갑옷 248벌 등 엄청난 물량을 쏟았다. 총길이 180m에 이르는 안시성 세트도 지었다. 볼거리가 단연 압도적이다.

사극은 유독 추석 극장가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관상’(2013) 913만명, ‘사도’(2015) 624만명, ‘밀정’(2016) 750만명, ‘남한산성’(2017) 384만명 등 잇달아 준수한 성과를 내면서 ‘추석=사극’이라는 공식도 통용됐다. 하지만 올해는 쏠림이 심해 장르 피로도가 높다. 각 배급사들은 차별화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협상’은 다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유일한 현대물이다. 납치극을 벌인 무기밀매업자와 냉철한 협상가의 두뇌싸움을 긴박하게 펼쳐낸다. 범죄물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캐릭터가 여성이라 눈길을 끈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올해 범죄 액션 영화가 많지 않았던 것이 ‘협상’에는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더풀 고스트’(작은 사진 왼쪽부터) ‘암수살인’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베놈’은 10월 초 징검다리 연휴를 노린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ㆍ쇼박스ㆍ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ㆍ소니픽쳐스 제공
‘원더풀 고스트’(작은 사진 왼쪽부터) ‘암수살인’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베놈’은 10월 초 징검다리 연휴를 노린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ㆍ쇼박스ㆍ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ㆍ소니픽쳐스 제공

 

 공존이냐 공멸이냐 독자생존이냐 

관객에겐 선택지가 많아져 골라 보는 재미가 생겼다. 하지만 영화계의 속내는 좀 다르다. 과잉경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추석 대진표는 한국 영화 2편과 외국 영화 1편 등 대작 3편을 중심으로 짜였다. 올해는 외국 영화가 없는 대신 한국 영화만 4편이 몰렸다. ‘안시성’의 손익분기점은 579만명, 나머지 3편은 250만~300만명가량이다. 추석 극장가 전체 손익분기점이 1,500만명에 이른다. 그동안 추석 흥행 1위 영화가 600만~700만명, 2위 영화 300만~400만명 규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전체 시장 규모는 1,000만명 안팎일 공산이 크다. 결국 성과는 적고 출혈은 클 수밖에 없다. “제 살 깎아 먹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추석 연휴는 5일이지만 곧바로 개천절과 한글날이 이어진다. ‘징검다리 휴일’이 낀 기간까지 포함하면 보름에 가깝다. 그 기간에도 영화가 쏟아져 나온다. 마동석 주연의 ‘원더풀 고스트’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6일 경쟁에 가세하고, 개천절에는 김윤석 주지훈이 출연하는 ‘암수살인’, 애니메이션의 실사판인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마블 최초의 악당 영웅을 그린 ‘베놈’이 개봉한다. 투자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10월, 11월 비수기를 앞두고 마지막 성수기라 더 몰린 것 같다”며 “스크린 확보가 쉽지 않아 결국엔 출혈 경쟁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선 이번 기회에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여름에는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는 불문율이 자리잡았지만 이번 추석은 기본적인 상생 정신도 통하지 않는 것 같다”며 “배급사 간 개봉일 조정 같은 최소한의 조치라도 작동될 수 있는 공감대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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