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 연합뉴스

북한 정권수립 70주년(9ㆍ9절)을 맞아 북중 우호관계를 과시한 중국이 곧바로 러시아와의 밀월관계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러시아로 날아가 올해 세 번째 중러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때마침 중국은 냉전 이후 최대규모 러시아 군사훈련에 합류한 상태다.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오는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올해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장한후이(張漢暉) 외교부 부장조리는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이 EEF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며 이는 올해 하반기 중러 양국 간 가장 중요한 고위급 교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방러 기간 중 다양한 양자ㆍ다자 활동에 참석할 예정인데 그 중 가장 중요한 활동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라고 강조했다. 중러관계를 중시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시 주석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무역전쟁’을 비롯한 미국과의 갈등이 확산되는 시점이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 역시 미국으로부터 외교ㆍ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동병상련의 처지이기 때문이다. 양국이 경제협력 확대와 함께 북한 핵문제와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관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민감한 외교ㆍ안보 현안에서 적극 공조할 경우 자칫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재연될 수 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있어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과 협상 지연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중국과 주변부로 내몰린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시 주석의 방러 기간에 중국 인민해방군 3,000여명이 1981년 이후 최대규모로 진행되는 러시아의 ‘동방-2018’ 전략훈련에 합류한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러시아 크렘린궁 측은 푸틴 대통령의 훈련 참관 계획을 확인하면서 시 주석은 동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선 여전히 두 정상의 공동참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시 주석이 참관하지 않더라도 합동훈련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이 적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무역 갈등과 양안문제 등에서 최근 미국으로부터 파상 공세를 받는 중국이 북한에 이어 러시아와의 밀착을 적극 과시하는 건 대외적으로 ‘미국에 일방적으로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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