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3일 공연… 함평에서 갈옷 만들며 제2의 삶

가수 은희에게 동갑내기 배우 고두심은 둘도 없는 친구다. 은희는 “고두심은 내가 어려울 때 날 떠나지 않고 내 손을 잡아 준 친구”라고 말했다. 쇼플러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이런 걸까. “네, 안녕하세요”. 전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엔 세월의 이끼가 끼지 않은 듯했다. ‘상관 없다’는 뜻의 영어 “아이 돈 케어(I Don’t Care)”를 즐겨 쓴 그에겐 여유가 가득했다.

“생각난다 그 오솔길 그대가 만들어 준 꽃반지 끼고~”. 노래 ‘꽃반지 끼고’로 유명한 1970년대 포크 가수 은희(67)를 10일 전화로 만났다. 다음달 1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릴 공연 ‘은희 컴백 콘서트 위드 이동원-꽃반지 끼고’를 앞두고 이뤄진 통화였다. 1971년 포크 혼성 듀오인 라나 에 로스포 멤버로 데뷔한 은희가 단독 공연을 열기는 47년 만에 처음. 은희는 ‘꿈길’, ‘회상’을 비롯해 번안곡인 ‘연가’, ‘은발’, ‘사모하는 마음’, ‘쌍뚜아 마미’ 등의 히트곡을 통기타로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은희의 집엔 두 대의 기타가 있다고 한다. 1970년대 초반,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가 무대를 떠났지만 그는 늘 음악과 함께였다. 하지만 은희는 “꼭 데뷔하는 기분”이라며 첫 단독 공연을 설레 했다.

“우리 땐 단독 공연이란 게 없었어요. 마이크를 내려놓은 뒤 ‘할머니가 돼 머리에 쪽을 진 뒤에도 기타 들고 노래할거야’ 라고 힘들 때 위로를 하곤 했는데 꿈을 이뤘네요.”

은희는 “설레는 마음으로 ‘한양’으로 상경해” 지난 8일 방송된 KBS2 음악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다. 은희는 전남 함평 외딴 시골에 2003년부터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이곳에서 그는 폐교를 활용해 천연염색 체험장인 민예학당도 운영한다. 물 좋고 바람 좋은 염색의 적지여서 요즘도 감물로 물들인 옷을 직접 만든다고. 미국으로 건너갔던 은희는 뉴욕주립대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고 1986년 귀국해 디자이너로 새 삶을 살았다. 고향인 제주 전통의 노동복인 갈옷(감물을 들인 옷)을 모티브로 한국적 자연미를 부각하는 옷을 만들었다. 그런 은희는 이번 공연에도 갈옷을 입고 무대에 선다.

“옷이 그거(갈옷) 밖에 없어요, 하하하. 어려선 블루진(청바지) 제일 먼저 입는다고 까불었던 죄로 운명처럼 ‘코리안브라운진(갈옷)’이 제 삶의 일부가 됐나 봅니다.”

은희는 따뜻한 노래를 주로 불렀다. 그의 솔로 데뷔곡이자 히트곡인 ‘사랑해’는 1972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남과 북의 대표단장이 손을 맞잡고 합창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 소개란에는 ‘얼마나 아름다운세상인데’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은희는 갈옷을 입고 집 마당 우물 옆 나무에서 땄다는 앵두를 들고 찍은 사진을 걸어놨다. 밭농사 얘기를 꺼내자 한숨부터 쉬었다. 올해 폭염이 심해 “밭에 잔뜩 심어둔 고구마가 말라 죽어 속상하다”는 그의 말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은희는 노래 ‘향수’를 부른 이동원과 함께 공연을 꾸려 추억을 나눌 예정이다.

“한창 노래할 땐 팬레터가 하루에 몇 가마씩 왔어요. 주로 월남(베트남)에서 많이 왔죠. 전쟁 나간 군인들이 한국 들어오면 나랑 결혼하겠다는 얘기를 그렇게 했는데 이번에 그 분들과 얼굴도 보고 편하게 얘기 나누고 싶어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예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