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 전화통역서비스 제공하는
서울 손말센터 대구 이전 소식에
통역사 32명 중 30명 퇴사 의사
신규 채용 어려워 업무 차질 우려
장애인 등 1100명 정부에 탄원서
게티이미지뱅크

“수화통역중계서비스 덕에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는데 문을 닫을 처지라니,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요?”

청각장애2급 정나라(30)씨에겐 콜택시 호출이나 짜장면 배달 같은 간단한 전화도 큰 도전이다. 보청기를 사용해도 잘 들리지 않고, 혼자 살고 있어 전화를 대신 걸어줄 사람도 없어서다. 그래서 정씨 얘기를 비장애인에게 수화통역사가 대신 전달해주는 실시간 무료 전화통화 통역서비스는 2009년부터 매주 3회 꾸준히 이용할 정도로 소중한 존재다. 최근 정씨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정보화진흥원(진흥원) ‘107손말이음센터(손말센터)’가 서울에서 지방으로 옮긴다는 소식을 접하고, 혹시 서비스마저 중단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에 빠졌다.

손말센터가 2019년 1월 서울에서 대구로 이전하면서 청각ㆍ언어장애들인은 365일 24시간 전화중계서비스가 끊길까 봐 우려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기존 수화통역사가 대거 센터를 떠날 움직임을 보이고, 지방에선 수화통역사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정책의 일환이라지만, 장애인 정보격차 해소 등 특별한 경우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손말센터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근거해 2005년 설립됐다. 서비스는 장애인 이용자가 수화통역사에게 문자나 영상통화로 의사를 전달하면, 수화통역사가 이를 상대방에게 실시간 전달하는 방식이다. 2017년 한 해만 73만건의 통화를 중계했다. 그간 외주업체(KTcs)에 고용된 비정규직 신분이던 수화통역사들은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덕에 2019년 1월 1일부로 진흥원에 직접 고용된다.

[저작권 한국일보] 송정근 기자

기쁨도 잠시, 진흥원이 이미 2015년에 대구로 옮긴 지방이전기관이라 수화통역사도 덩달아 거처를 옮겨야 하는 처치에 놓였다. 현재 센터 수화통역사 32명 중 30명이 대구 이전 시 퇴사 의사를 밝혔다. 만약 이들이 모두 빠져나간다면 지방에서 신규 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단순 비교만 해도 수화통역사(1,624명)의 절반인 841명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고, 대구는 현재 67명이 등록돼 있다. 인력 수급뿐 아니라 수화전문교육원 등 관련 재교육시설 역시 대부분 서울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라, 서비스 질 저하도 우려된다.

실제 청각장애인 이용자 24명은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릴레이 수화 영상을 찍어 국토교통부에 보냈다. 7월부터 한 달간 손말센터 측의 수도권 잔류를 요구하는 탄원서에는 1,100여명이 서명한 상태다.

기존 센터 직원들은 국교부의 ‘지방이전기관의 수도권 잔류 기준’이라는 조항에 희망을 품고 있다. 인력을 구할 수 없으니 ‘지방 이전 시 업무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업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손말센터 김영수씨는 “이미 진흥원은 수도권 잔류 승인을 받아 일부 인력이 서울사무소에 상주하고 있어 추가 부담이 덜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진흥원을 포함한 41개 기관이 이전 완료 후에도 잔류 승인을 받고 소수 인력을 수도권에 남겨두고 있다.

국토부는 소관 부처 등과 협의 중인 사안이라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공공기관의 수도권 잔류 여부는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돼 심의를 받아야 결정되는데, 손말센터가 수도권에 남아야 하는 이유를 충실히 입증하면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대구시 측은 수화통역사 인력 수급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라 양쪽 의견을 모두 수렴해봐야 할 것”이라 밝혔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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