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들 9ㆍ9절 영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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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TV, 하루 뒤 녹화 방송
열병식엔 재래식 무기들 일색
‘자력갱생’ 화려한 군중 시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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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체제 선전용 집단체조에선
미디어아트 등 최신 기술 총동원
반미 구호 대신 김정은 칭송 문구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일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개막 공연이 열렸다고 북한 매체들이 10일 보도했다. 사진은 노동신문에 실린 공연 장면 사진 중 일부. 경기장 상공에 띄워진 드론이 '빛나는 조국'이라는 글자를 표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알려진 대로였다. 하루 지나 공개된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9ㆍ9절) 행사 영상에서 핵 무력은 찾을 수 없었다. 협상 상대 미국을 의식한 철저한 로키(low-key) 모드였다. 대신 드론(무인기)이 평양 상공에 ‘빛나는 조국’이라는 염원을 수놓았고 4ㆍ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감격이 대형 스크린에 재연됐다. 새 체제 선전용 대(大)집단체조를 통해서다.

북한 매체들은 9ㆍ9절 당일 진행된 열병식 소식을 이튿날인 10일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조선중앙TV는 오전 9시 10분쯤부터 11시 20분까지 약 2시간 10분 동안 9ㆍ9절 기념 행사 녹화 실황을 방영했다.

외신 기자까지 대거 불러 9ㆍ9절 분위기를 띄운 북한이 정작 자기 매체를 통한 당일 보도를 포기한 건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협상 상대방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한 고육책일 공산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영상을 보면 열병식에는 신형 자주포와 방사포 등 재래식 무기들만 동원됐다. ‘북한판 패트리엇’ 지대공 유도미사일 ‘KN-06’(번개 5호) 6대가 이날 공개된 마지막 무기였다. 전날 외신 보도처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전략무기는 등장하지 않았다.

축제 분위기는 화려한 군중 시위가 살렸다. 키워드는 ‘경제’였다. ‘자력갱생’이라는 문구와 함께 청년대오가 들어서자 아나운서는 “증산돌격운동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리며 비약하는 사회주의 조선의 기상이 청년들의 씩씩한 대오에 넘쳐난다”고 해설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연설에서 올 4월 채택된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을 언급하며 “조국이 부르는 경제 건설의 주요 전구마다에서 혁명 군대의 기질과 본때로 새로운 위훈을 창조해나가야 하겠다”고 독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특별 대표 자격으로 방북한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등 각국 외빈이 자리한 열병식 주석단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중앙TV는 나란히 선 김 위원장과 리 상무위원장이 시종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 장면을 거듭 보여주고 행사 종료 뒤 두 사람이 발코니를 따라 반대편까지 걸어가는 동안 손을 잡고 들어올리는 모습도 세 번이나 돌려 틀었다. 북중 친선관계를 강조한 것이다.

70주년 9ㆍ9절에 맞춰 북한이 5년 만에 재개한 집단체조 공연 역시 도발은 아니었다. 평양 현지를 취재한 윌 리플리 CNN 기자는 트위터에 “집단체조는 핵ㆍ미사일 관련 언급 없이 마쳤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전날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북한이 처음 선보인 새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에는 드론, 레이저, ‘미디어 아트’ 등 최신 기술이 총동원됐다. 반미(反美) 구호가 사라진 대신 남북 정상회담 등 김 위원장의 외교 성과 칭송이 빈 자리를 메웠다.

대규모 드론 대형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 ‘오륜기 드론쇼’처럼 경기장 공중에 ‘빛나는 조국’이라는 문구를 새겼고 인간 카드섹션으로 만들어진 대형 스크린에 4월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는 장면 등이 투사되자 장내에서 갈채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개막 공연에는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부부 동반으로 참석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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