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ㆍ북ㆍ미 3각 조율이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잇단 구애 신호에 연일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꺼져가던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동력은 되살아나는 분위기지만, 종전선언과 비핵화 조치를 둘러싼 북미간 핵심적 입장 차는 여전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당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재방북을 추진하기 보다 남ㆍ북ㆍ미 간 3각 조율로 상황 추이를 지켜보는 탐색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만 보면 북미 정상간에는 동맹국 이상의 훈풍이 감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신뢰가 변함 없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언급에 “고맙다. 함께 해낼 것”이라며 둘 간의 호흡을 과시하더니 9일에는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 간의 좋은 대화 만한 것은 없다”는 다소 낯뜨거운 표현까지 구사했다. 북한의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인 이날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하지 않는 등 북한의 로키(low-key) 행보에 즉각 반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보여주기 위해 핵 미사일을 제외한 것으로 믿고 있다”는 폭스뉴스 보도를 전하며 “이는 매우 대단하고 긍정적인 성명”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7일 김 위원장의 네 번째 친서가 배달되고 있다며 그와의 친서 교류가 “품격 있는 방식”이라고 치켜세우며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을 ‘북미 협상 낙관론’의 근거로 삼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 조차 김 위원장이 거듭 요구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6ㆍ12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는 종전선언에 긍정적 언급을 여러 차례 내놨지만, 참모들의 내부 제지 이후로는 일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북미 협상을 교착 상태로 부른 핵심 충돌 지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 역시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에 대해선 모호한 언급만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으로선 폼페이오 장관의 재방북을 급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이달 18~20일 예정된 3차 남북 정상회담과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 등을 거쳐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소식통은 “백악관이나 행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로 남북 대화를 일단 지켜보자는 기류”라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당장 방북했다가 별 다른 비핵화 조치를 얻지 못하면 트럼프 정부로선 여론의 역공만 받아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 남북미 3각 조율로 사전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10월 들어 북미간 대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11월 중간 선거 전에 북미간 대형 이벤트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북미간 입장 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11월 중간 선거 전까지는 제재 유지로 북한을 압박하되, 국내 정치적으로는 북미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 문제를 악화하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상태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중단시켰고 인질과 미군 유해를 돌려 받았다’는 점을 성과로 내세워왔던 그간의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북한 반응도 각종 정치적 공세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유화적 태도를 자국 내 정치적 호재로 활용하려는 측면이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도 “우리 둘은 모두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며 자신의 대북 접근을 비판해온 워싱턴 주류층을 반박하면서 북미 관계 안정을 자신의 성과로 부각시켰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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